최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및 제3의 새로운 해례본(10월16일 뉴시스「“국보 훈민정음 또 있다” 제3의 해례본 발견?」) 등으로 온 나라가 답답하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훈민정음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제안을 올리는 바입니다.
①‘상주본’에 대한 제안 ②국보 70호 ‘간송본’에 대한 제안 ③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올바른 해설서 제작에 대한 제안으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상주본’의 경우 그것이 1조원 이상의 무가지보(無價之寶)니 아니니 하는 발언 이전에, 진품임을 최종 확인하는 서지학적 및 고고학적 검증을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해주시길 제안 드립니다.
지난 19일 KBS <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문화재…천억 원 주면 국가에 헌납> 논란에서 전 국립국어원장인 이상규 경북대 교수가 “상주본 해례본에 대한 과학적, 학문적인 정밀한 소위 점검이 없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상주본을) 공개해서 전문가들로부터 이 자료가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점검을 받은 다음에 논의가 되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것처럼, 상주본은 아직까지 탄소측정 같은 과학적 검측을 받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극소수인이 육안감정만 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훈민정음 해례본 일부가 들어있는 ‘王’자가 새겨진 옛모자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2013년 2월 27일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육안감정 후에 “이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탈취당한 왕실 유물 가운데 세종대왕이 착용한 사조용(四爪龍)이 새겨진 익선관”이라고 밝혀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유물 내부의 천과 종이 등 시료 3점을 채취해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을 한 결과, 세종대왕 때로부터 수백 년 후인 1660년대 이후 만들어진 비(非)진품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권위자의 육안감정이라도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과학적 검측을 거쳐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정부에서는 ‘상주본’의 소장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여, 안전과 기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남아있는 ‘상주본’ 중 최소 1장을 정부에 제출토록 하여야 합니다. 그 종이 중 글씨가 없는 여백 부분을 채취하여 신뢰할만한 복수의 기관에서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을 실시함과 아울러, 진품인 ‘간송본’과 재질비교 등을 해야 합니다.
둘째, 1962년 국보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에 대해, 1940년 이후 보충 필사된 세종대왕 서문 두 장은 오자(‘耳’를 ‘矣’로 잘못 기록) 등이 포함된 현대의 위작이므로, 국보의 지정범위를 현재의 ‘33장 1책’에서 ‘31장 1책’으로 바로잡아주시길 제안 드립니다.
한글학회 기관지인 <한글새소식> 제395호의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 경위에 대한 재고’에 따르면, ‘간송본’의 본래 주인은 안동지역 광산 김씨 종택인 긍구당(肯構堂) 가문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그 집안 사위인 이용준씨가 몰래 훔쳐 간송 전형필 선생에게 팔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유주를 밝히는 긍구당 가문 도장이 찍힌 세종대왕 서문 앞 두 장을 뜯어 없애버려, 천추의 한을 남겼습니다. 공교롭게도 ‘상주본’ 또한 앞 넉 장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간송본’의 경우처럼 본래 소유주를 모르게 하기 위해 없애버린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국어학계에서는 이미 정론으로 되어 관련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것처럼, ‘간송본’ 총 33장 중 처음 2장 부분은 ‘이용준’ 또는 그의 스승이자 간송 선생의 지인인 ‘김태준’씨에 의해 새로 쓰여 첨가된, 더군다나 오자와 함께 구두점도 잘못 찍힌 후대의 위작입니다. 따라서 그 2장은 사리에 맞게 국보의 지정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일 문화재청 국보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그 위작 부분은 1962년 국보 지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나머지 훈민정음 원본 31장과 함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니, 이를 시정해주시길 제안 드립니다.
참고로, 현재 교보문고에서 성황리에 팔리고 있는 고가의 해례본 복간본도 오자와 잘못된 구두점이 찍힌 위작 부분을 포함시킴으로써, 마치 그 부분 또한 세종대왕 당시 원본 해례본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일제 치하 조선총독부의 공권력으로 국정교과서에 실려 굳어져버린 훈민정음에 대한 중대한 왜곡들과, 해방 이후 해례본에 대한 심각한 오역들을 교정한, 올바른 해설서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정부 또는 독지가가 후원하여 제게 맡겨주시길 제안 드립니다.
조선총독부에 의한 중대한 왜곡의 예로는 ㉠세종대왕이 ‘긴소리(長音)’로 창제하신 ㄲ·ㄸ·ㅃ·ㅉ·ㅆ·ㆅ을 ‘된소리’로 바꿔버린 사실 ㉡지금도 엄연히 한국인들의 입에서 매일 발성되고 있는 훈민정음의 중심인 ‘ㆍ(ᄋᆞ: 속칭 아래아)’자를 없애버린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왜곡을 넘어 훈민정음의 정기를 훼손하고 우리의 문자생활에 장애를 야기한 문화적 범죄행위입니다.
㉠에 대해서는 2009년 8월25일 뉴시스「신동립 잡기노트-ㄲ·ㄸ·ㅆ 등 된소리, 훈민정음 오역?」㉡에 대해서는 2009년 10월27일 뉴시스「신동립 잡기노트-아래아 ‘ㆍ’는 살아있다」가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해례본 내 문구에 대한 중요한 오역으로는 ㉢‘ㄴ→ㄷ→ㅌ’의 가획 이유를 밝혀주는 ‘厲(빠를 려)’자를 ‘거세다’로 오역한 것 ㉣‘字倣古篆(자방고전)’ 내 古篆(고전)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는데 ㉢에 대해서는 뉴시스 2009년 9월9일「신동립 잡기노트-ㄷ이 ㄴ보다 세다? 빠르다!…훈민정음 오역 2탄」㉣에 대해서는 2010년 10월9일 뉴시스「신동립 잡기노트-몽골문자를 베낀 것이 한글이라는 학설에 대하여」가 밝힌 바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시경 선생이 ㄲ·ㄸ·ㅃ 등을 된소리로 바꾼 것이라 하지만, 그가 그런 주장을 한 적은 있으나, 어떻게 일개인의 힘으로 국가언어시스템을 바꿨겠습니까? 팩트는, 일제 치하 당시 국가기관인 조선총독부의 강제적 힘에 의해 바뀐 것이고, 그 뒤 지금까지 교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훈민정음의 왜곡과 불충분한 교육 사례는 이 외에도 매우 많이 발견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초중고에서 학생들에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개하고 교육함에 있어, 세종대왕의 첫 마디인 “國之語音(국지어음), 異乎中國(이호중국)”부터 잘못 교육하고 있습니다.
순 한문으로 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종대왕 당시 국문으로 번역한 것을 언해본이라 부릅니다. 현존 언해본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1차 언해본에 속하는 ‘월인석보 원간본(일명 서강대본)’이고, 다른 하나는 1차 언해본 중 첫 장에 보이는 중요한 번역오류를 교정한 2차 언해본인 ‘고려대 육당문고본(일명 박승빈본)’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1차 언해본은 옛날 인쇄 환경 상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國之語音(국지어음)’ 중 ‘音(소리 음)’자를 누락하여 ‘나랏말싸미’로 잘못 번역하였습니다. 語音은 ‘말소리’인데 語(말씀 어)자만 번역한 큰 실수였습니다. 그래서 2차 언해본에서는 ‘나랏말싸미’를 ‘나랏말소리’로 교정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시간적으로 1차 언해본이 더 이른 판본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명백한 오역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은 2차 언해본에 대해서도 마땅히 교육기관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하였습니다. 해례본과 맞지 않는 “나랏말싸미 중국과 달라”와 해례본에 부합되는 “나라의 말소리(語音)가 중국과 달라”는 전혀 다른 뜻의 문장입니다. 이렇듯 조선시대에 이미 교정된 사항인데, 이상하게도 지금 우리나라 초중고에서는 잘못 번역된 “나랏말싸미”만 정본으로 삼아 집중교육하고 있는 실태입니다.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일찍이, 한글학회의 거두인 최현배 선생이 그의 논문「한글갈」(1961년)에서 “박승빈 소장본은 그것이 단행본이며 종이 질이 옛 것인 점은 가장 원본에 가까운 느낌을 주지만 … 셋째 장 뒤쪽 첫째 줄의 ‘날로ㅄㅡ매’(日用에)는 옛말본에 맞지 아니하다 … 다만 희방사 본과 서강대 본에는 ‘날로 ㅄㅜ메’로 되었으니 이것이 옛말본에 맞는 것이다”라고 박승빈(고려대 육당문고) 본을 의심하였습니다. 그러나 1446년 <훈민정음>에 이은 1447년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제77장에는 ‘用’을 ‘ㅄㅡ샤’로 기록하였으니, ‘ㅄㅡ매’는 최선생의 말과 달리 옛말본에 맞고 신뢰할만한 것입니다.
이처럼, 세종대왕 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고, 우리 문화의 정수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상당 기간 동안 그 종적을 감추었으며, 또 중간에 일제 조선총독부의 왜곡을 겪은 탓에, 오늘날 훈민정음은 많은 부분이 굴절되고 오해된 채로, 국내 교육기관과 해외 세종학당 등에서 잘못 교육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로는 “일제잔재 청산” 하면서, 정작 우리 문화의 가장 근본인 언어문자의 잘못된 부분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기막힌 상황입니다. 올바른 국정교과서 제작은 ‘역사’ 부분에만 한정되어선 안됩니다.
제가 10여 년 전부터 국민신문고와 언론을 통해 수차례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 증거를 들어 알렸음에도, 우리 학계는 그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고 왜 그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가? 예민한 말씀 드리자면, 비록 잘못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오늘날 한글학회와 국립국어원 등에 소속된 상당수 국어학자들은 학계 선배들의 ‘조선총독부와 합작하여 훈민정음을 왜곡한 사실’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고, 나아가 서로간의 이해관계상 그 잘못을 바로잡기가 매우 난망한 상황입니다. 이에 이해관계가 없는 소인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라의 문화 발전과 융성을 위해 주제넘게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몇 가지 제안을 드렸사오니 해량해주시길 바라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