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희팔 사건' 뒤늦은 배상혁 인터폴 적색 수배

강태용은 ‘적색 수배’로 중국서 검거...검경 수사의지 의문

대구지방경찰청은 19일 오전 언론브리핑을 열고 "18일 저녁, 강태용의 처남인 배상혁(44) 에 대한 적색수배(Red Notice) 요청 준비를 완료했고 오늘(19일) 중으로 본청에 청구하면 즉시 인터폴에 수배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상혁은 2008년 이후 소재가 불명됐고 2007년 이후 출국한 기록이 없어 밀항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찰의 방침에 대해 너무 늦은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희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강태용이 도주 7년 만인 지난 10일 중국 장쑤성의 한 아파트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된 지 9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국내 송환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시일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강태용의 혐의가 특정된 것만 뇌물 공여와 사기 등 30여건에 달하고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 사건도 수십 건에 달해 소환이 이뤄지기만 하면 국내 최대 사건인 조희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강태용이 소환된다 하더라도 검찰의 바람대로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규명될지는 의문이다. '주범'인 조희팔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그의 생존가능설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은 없는 상태다.

결국 강태용이 검찰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보한 100억원대의 행방과 2인자로서의 역할 한계를 내세우며 제한적인 한도의 범죄사실만 인정한다면 4조원대로 추정되는 조희팔 사건의 '깃털'만 건드리는 셈이 된다.

이런 점에서 금융 다단계 범죄에서 가장 많은 증거능력을 가진 강태용의 처남 배상혁 씨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대응은 많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고액을 배당하는 방식의 금융 다단계에는 전산 시스템 운영이 필수이고 이 전산시스템이나 전산기록은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핵심 키이지만 조 씨 일당은 전산망을 파괴했다. 

배 씨는 사건을 수사하는데 가장 중요한 전산 업무를 총괄했다. 하지만 배 씨는 2008년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자취를 감췄고 이후 국내에서 생존 기록은 물론 출입국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경찰과 검찰은 배 씨가 그의 매형인 강태용과 마찬가지로 해외로 밀항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배 씨의 행방을 추적하면서도 인터폴 '적색 수배'는 내리지 않았다.

적색 수배는 인터폴 회원으로 가입된 세계 19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살인 등 강력범죄 사범이나 50억원 이상 경제사범 등에게 내린다. 적색수배가 내려지면 회원 국가 어디서든 체포될 수 있고 혐의를 받는 국가로 압송된다.

강태용에 대해서는 '적색 수배'를 내렸고 이 때문에 중국 공안이 강태용을 검거해 국내 송환을 위한 인도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배 씨에 대해서도 왜 일찌감치 '적색 수배'를 내리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희대의 금융다단계 사기 범행을 설계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배상혁 씨에 대한 경찰의 늑장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으로 검경의 수사의지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그의 신병 확보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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