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걸그룹 출신 11년 차 뮤지컬스타, 올해 뮤지컬에 갓 데뷔한 한류 걸그룹 멤버가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한국 초연에서 나란히 '스칼렛 오하라'를 연기한다.
1세대 걸그룹 'SES' 출신 바다(34·최성희)와 한류 그룹 '소녀시대' 막내 서현(23)이 주인공이다.
10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서울에서 열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간담회에서 만난 두 사람의 눈에는 저마다 설렘으로 가득했다.
뮤지컬은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그녀에게 1937년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지금까지 3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제라드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 등 남북전쟁을 둘러싼 네 연인의 운명과 사랑을 그린다.
1939년 버틀럭 역의 클라크 게이블과 오하라 역의 비비언 리가 주연한 동명 영화로 개봉, 4년간 당시 미국 국민의 절반인 6000만 명이 관람했다. 미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에서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오하라는 당대 최고 배우이던 비비언 리가 맡아 지금까지도 회자가 되는 캐릭터다. 철부지 여성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가는 오하라는 신 여성의 표본으로 통한다.
바다는 어렸을 때부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포부는 있지만, 부담은 없다"고 웃었다.
영화를 50번가량 봤다는 바다는 "영화 속 대사를 외울 정도"라고 눈을 빛냈다. "오하라를 처음 봤을 때는 자기 멋대로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책으로는 처음 읽었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웬만한 남자보다 책임감과 리더십이 있더라고요. 뚝심이 있는 그녀를 발견하면서 예전에 느꼈던 사랑에 대한 허무감은 없어졌죠. 당시에 없던 미래적인 여성이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 저도 한번 그녀처럼 용감하게 살고 싶어요."
서현 역시 오하라를 맡게 돼 영광이라면서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고 욕심내는 캐릭터"라고 눈을 반짝였다. "한 여자의 모든 삶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죠. 철없는 소녀에서 강인한 숙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정말 욕심이 났어요. 제가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아요.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은 기대가 있죠."
서현도 영화를 여러 번 보고 원작 소설도 다 읽었다. "여자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풍족해 도도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죠. 그런데 화려함 속에 묻혀 있었지만, 공허함도 컸을 것 같아요. 그러나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성이라 생각해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진취적으로 하는 여성이라 본받을 점도 많죠. 그녀처럼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 초연에 출연했던 바다는 프랑스 뮤지컬에 일가견이 있다. "프랑스 뮤지컬의 노래가 정서적으로 우리랑 잘 맞는다"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이번이 한국 초연인데 프랑스 작품의 전통성과 한국의 정서가 잘 융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해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놓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어깨에 곰이 100마리 정도가 올라가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계속 고민하고 있죠. 그런데 숟가락 하나라도 몫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큰 욕심 내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거죠. 어떻게 생각해보면 숟가락 없이 밥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부담이 있는 만큼 더 노력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만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인정받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거예요."
2003년 창작뮤지컬 '페퍼민트'를 통해 뮤지컬배우로 데뷔한 바다는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 '금발이 너무해' '미녀는 괴로워' '모차르트!' '스칼릿 핌퍼넬' '카르멘' 등에 출연하며 실력과 인기를 과시했다.
반면 서현은 올해 초 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로 뮤지컬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이다.
즉 바다는 또 다른 뮤지컬 스타 옥주현과 함께 아이돌 뮤지컬 진출에 대해 편견을 깬 장본인이요, 서현은 이를 이어받아 아이돌 뮤지컬 활약 굳히기에 들어가는 차세대 스타다. 바다가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이고 서현이 SM에 몸담고 있다는 점이 둘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
바다는 "제가 도전 정신이 강해요.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던 20대 때에는 두려움이 더 없었죠"라고 회상했다. 당시 뮤지컬에 출연하는 아이돌은 아무도 없었어요. 게다가 창작으로 시작했죠. 제가 처음부터 제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선입견이 생길 거라 여겼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쉬워서 진출한 것이 아니라 종합예술 라이브 공연이라 하고 싶었죠. 지금은 다른 사람(아이돌)도 함께하면서 새로운 문화적인 것을 만들어내니 좋아요. 예전의 도전이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죠. 지금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키에 쥐어진 것 같아요. 서현 씨 같이 후배 아이돌이 함께하니 힘이 더 생기고 동지애도 생기죠."
이제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뛰어든 서현은 가요와 뮤지컬은 매력은 다르다고 했다. "어느 게 좋다고 말씀을 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이 다르죠. 가요는 가사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해야 하고 뮤지컬은 인물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거죠. 뮤지컬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올해만 스무 편이 넘는 작품을 봤어요. 어떤 작품은 무척 좋아해 15번이나 본 것도 있죠. 볼 때마다 새로워요. 다양한 소리를 내고 싶어 첫 뮤지컬 '해를 품은 달' 끝나고 성악을 배우고 있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아이돌이 아닌 배우로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바다와 서현은 서로에 대해서 높이 평가했다. 바다는 서현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줘야하지만, 열정을 품고 있는 배우로서 본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치켜세웠다. 서현은 "바다 언니는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가수이자 배우죠. 언니가 '등대처럼' 있어서 가요계 후배인 저희가 뮤지컬에 들어올 수 있었거든요. 발을 들일 길을 만들어주신 거죠. 저도 바다 언니처럼 앞으로 뮤지컬에 나올 후배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신구 아이돌들로 인해 공연계가 이처럼 한층 풍성해졌다.
2015년 1월9일부터 2월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애슐리 마이클 리·정상윤, 멜라니 김보경·유리아, 마마 정영주·박준면, 노예장 한동근, 프로듀서 박영석·설도윤, 연출 유희성, 음악감독 변희석, 안무 서병구,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디자인 구윤영, 의상디자인 조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