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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아노 "부끄럽지 않은 음악 하고 싶죠"

힙합계에 갈수록 새 유형의 래퍼들이 눈에 띄고 있다.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이면서 옷도 잘 입는 빈지노 같은 래퍼가 그중 한 명이다.

13일 데뷔 앨범 '다미아노'를 발표하는 래퍼 다미아노(21·김원겸) 역시 새로운 유형이다. 굳이 수식어를 붙이자면 '모범생 래퍼'정도다.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보통 래퍼하면 떠오르는 인상과 다르다. 예명도 자신의 천주교 세례명에서 '착하게' 따왔다.

강렬한 카리스마도 없고 독특하지도 않다. 기존 선보인 '믹스테잎'에서 다소 거칠고 비판적인 랩을 하던 다미아노를 실제로 만나면 다들 놀란다. 순한 인상에 평범한 대학생 같다. 지난 9월 그룹 '엠블랙' 멤버 지오가 피처링한 데뷔 싱글 '살 빼지마'의 로맨틱한 분위기도 그런 인상에 한몫한다.

그렇다고 앨범까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총 3곡이 실린 첫 정식 앨범은 예전보다 듣기 수월하지만, 한층 깊어진 내공이 느껴진다.

소속사 블루브릿지 대표인 작곡가 김건우와 작곡가 송기홍이 멜로디를 만들고 다미아노와 작사가 겸 가수 메이비가 노랫말을 쓴 타이틀곡 '스카이폴'은 귀에 감기는 멜로디 틈을 뚫고 나오는 다미아노의 칼날 같은 래핑이 인상적이다. 그룹 '걸스데이' 민아의 섹시한 보컬이 곡에 또 다른 그루브를 만든다.

또 다른 수록곡 '하지마'는 다미아노가 기존에 만든 곡이다. 멜로디와 노랫말을 스스로 썼다. 송기홍이 멜로디에 힘을 보탰다. 마지막 트랙 '바이 일케이(LII K)' 역시 다미아노의 곡이다. 17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랩을 해온 그는 일케이라는 예명으로 힙합플레이야와 소울컴퍼니 등 공신력 있는 힙합 커뮤니티에서 주관한 여러 랩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바이 일케이'는 이 이름과 작별하면서 만든 곡이다. 지난해부터 다미아노를 사용하고 있다.

랩과 힙합에 한 번에 꽂히게 된 '대단한' 계기는 없다. 자연스레 듣다 보니 랩을 하게 됐다. 본래 래퍼가 꿈도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쓸 수 있는 '매력'에 빠졌다. 부모가 대학에 가면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고, 그 약속에 따라 이제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어릴 때 농구를 하며 체대를 꿈꿨던 그는 스포츠과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다미아노는 "대부분 학생이 겪은 걸 저도 겪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축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웃었다. "평범하게 대학교 와서 미팅도 했어요. 제가 겪은 일들을 자연스레 풀어내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뛰어난 뮤지션처럼 대단한 일을 겪은 게 아니지만, 그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장르와도 접목할 수 있는 힙합의 속성이 자신과 어울린다고 했다. 그래서 대중적인 음악도 들려줄 수 있다. 대중적인 멜로디에 일가견이 있는 작곡가 김건우 대표에게 배우고 있는 것도 그래서 뿌듯하다.

다미아노는 대중성을 추구하지만, 그 이상의 내공은 충분히 갖췄다.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을 담금질 중이다. '스카이폴' 뮤직비디오 연출도 직접 했다. 김건우도 다미아노를 믿고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권을 내주다시피 하고 있다.

자신의 음악 색깔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갈피를 못 잡는 게 아니라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분명 대중음악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대중을 따라가는 음악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면 자연스레 대중들이 제 색깔을 알아주시지 않을까 해요."

꿈에 대해서는 "정말 진지하게 빌보드 1위를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결국, 팝스러운 음악을 하고 싶은데, 대중음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빌보드잖아요."

무엇보다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케이 시절에 했던 음악이 어설플 수 있지만 저는 부끄럽지 않아요. 그 당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앞으로도 매 순간 부끄럽지 않고 싶죠." 강렬한 카리스마로 단숨에 힙합계에 큰 획을 긋지는 않더라도 차곡차곡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래퍼들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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