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와 방송사가 저를 보고 캐스팅해줬는데, 책임감 없이 작품을 즐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작품의 주인공이 가지는 책임감만큼 잘해야 한다고 봐요."
탤런트 강지환(37)은 시청률이 저조한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흔히 하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일까.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의 시청률만 두고 보면, 강지환은 잘했다.
"처음에는 두 자릿수 시청률만 됐으면 했죠. 그런데 막상 시청률이 두 자리가 되니 1위가 아른거리더라고요. 결국, 시청률 두 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건가 했는데 마지막회에 1위를 했어요. 비기다가 역전 골을 넣은 기분이네요."
'빅맨'은 지난 4월28일 시청률 6.0%로 시작해 12.6%로 막을 내렸다. 전작인 '태양은 가득히'의 마지막회가 기록한 2.7%를 5배 가까이 끌어올렸으니 강지환은 타이틀롤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세월호' 참사도 있었고 선거도 있었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를 갈망하는 시기였던 거 같아요. 운이 좋았죠. 사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뻔할 수도 있는 스토리가 됐을 수도 있었겠죠."
'빅맨'은 고아로 자라 밑바닥 삶을 전전하던 남자가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인다는 내용을 다뤘다. 강지환은 '김지혁'으로 연기력을 뽐냈다.
"제 연기에 90점을 주고 싶어요.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았잖아요. 결과가 모호했으면 찜찜했을 텐데, 마지막에 반응이 있어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만약 '빅맨'이 '별에서 온 그대'처럼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초대박이었으면 100점을 줬겠죠."
'지혁'은 시장판을 전전하는 '다윗'으로 출발해 굴지의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방송된 SBS TV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에 이어 또다시 연기의 폭이 큰 역할인 탓에 드라마 초반 '돈의 화신' 때와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연기자에게 '재탕 연기'라는 평가만큼 치명적인 게 없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는 그런 소리가 안 나오게 마무리를 잘 짓자고 다짐했죠. 열심히 잘한 거 같아요. 드라마가 연장됐으면 더 못할 정도로 원 없이 쏟았죠."
소속사 분쟁 등으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시간이 연기에 도움을 줬다. "그때는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울고 싶고 질러버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쌓인 감정들을 어디 풀 데가 없잖아요.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감정연기가 수월해졌죠. 사실 그때부터 생각한 게 정공법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죠. 연기자는 연기로 승부하는 게 정답이라는 거죠."
그 결과 그룹 'JYJ'의 김재중(28), 탤런트 이종석(25) 등 팬덤을 보유한 스타들이 각각 출연한 MBC TV '트라이앵글', SBS TV '닥터 이방인'을 모두 제쳤다. 강지환은 시청률로 결과를 말하지만, '빅맨'은 시청률 이전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경쟁작들을 이겼다. 결국, 작품의 힘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주인공이 아니면 출연을 안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주인공 욕심이 덜 나요. 제 능력으로 작품이 돋보일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좀 더 힘을 빼고 주위의 후배나 선배들의 작품을 위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