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기(29)가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지난해 영화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 한 편에 출연한 그는 20대의 끝자락에서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초 스릴러 ‘몬스터’(감독 황인호)의 주연을 맡았고, 이번에는 누아르 ‘황제를 위하여’에서 야망에 찬 조직원을 연기했다. 2014년이 반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여진구와 함께 ‘내 심장을 쏴라’를 촬영 중이다. 매년 한 두 작품을 꾸준히 한 이민기이지만 이렇게 몰아친 적은 없었다.
단순히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전까지 자신에게 씌워진 ‘연하남’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몬스터’의 태수는 “죽여줄까”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살인마였다. 얼마 전 개봉한 ‘황제를 위하여’의 이환은 남들의 ‘동경을 받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배신도 서슴지 않는 범죄 조직원이다. 데뷔 10년, 이민기는 스스로 연기 인생의 2막을 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글쎄요. 변신이라는 말보다는 인연이 닿았던 거죠. 의도한 건 전혀 없어요. 지금 촬영 중인 '내 심장을 쏴라'에서 맡은 역할은 강하거나 그런 건 아니거든요. 스물다섯 살의 이민기가 태수 혹은 이환을 연기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은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까 이렇게 강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주변에서 생각하나봐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반가울 뿐입니다. 20대의 마지막에 누아르 영화에 출연하게 돼 좋아요.”
이민기는 이환을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사람이 아닌 너무나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겨내려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민기는 여기에 끌렸다. ‘욕망’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연기라는 건 제 인생의 큰 부분입니다. 연기에 대한 욕망 같은 게 있게 마련이죠. 잘 하고 싶다, 더 보여주고 싶다, 이런 욕망이요. 그런 게 최근 제 마음 속에서 더 자주, 더 많이 꿈틀댔어요. 그러다가 이환이라는 인물을 알게 됐고, 이환과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만 닮은 부분이 있다고 봤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끌렸던 것 같아요.”
그는 “내 안의 욕망이라는 감정을 끌어다 이 영화에 썼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욕망이 있고, 그걸 더 부풀렸다”는 것이다.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이태임과의 섹스신 또한 “그런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밝힌 이민기는 “로맨스를 그리는 상황에서 베드신이 있었다면 안 했을 것”이라며 “한 인간의 욕망이 분출하는 장면이었기에 당연히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마음이다.
이민기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는 역시 ‘욕망’이다. 이 말은 ‘황제를 위하여’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의 모든 사건이 이환의 ‘욕망’에서 시작하고 끝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누아르 영화는 하기 싫었어요. 뭔가 다른 걸 원했습니다. 그게 바로 ‘욕망’이었어요. 아주 근본적으로 접근했어요. 이환이 왜 욕망을 가지게 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 거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있는데, 이것이 이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 보는 겁니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몬스터’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민기는 ‘태수’가 되기 위해 긴 시간 준비를 했다고 했다. 평소에도 살인마처럼 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황제를 위하여’를 준비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항상 생각하고 있는 감정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덧없는 게 아름답다’는 말이 있잖아요. 뭘 욕망하든 그런 것 같아요. 매혹적인 것에는 결국 빠지고 마는 그런 거죠.” 이민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25세의 이민기가 만약 욕망에 대해 말했다면, 조금 어색할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서른을 앞 둔 나이다. 그가 말하는 ‘욕망’이 그럴 듯했다. 정말 이민기의 연기 인생은 요동치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인연”이라고 말한 것은 적확한 표현이다.
최근 가장 욕망하는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연애를 욕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