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임기 중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공약하는 등 세종 집무실 이전이 대선 의제로 떠오르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다만 이전 정부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확산할 때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다가 이후 천도론이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집값 거품이 꺼졌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복수의 시장 조사에서 세종시 아파트값은 장기간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3% 오르며 70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2023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지난달 31일 보합세로 돌아선 뒤 전주 소폭 하락했다가 이번 주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4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세종시 집값은 전주 0.07% 하락에서 0.11%포인트(p) 오른 0.04%로 상승 전환했다.
부동산원은 "다정·새롬동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하며, 세종 전체가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세종 집값이 오름세를 보인 것은 1년5개월 만이다.
세종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번지며 거래도 늘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3월 세종시 주택매매 소비심리는 121.7로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을 보면 세종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765건으로 1월(299건) 이후 두 달 만에 2.6배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세종 아파트 거래량이 1월 287건에서 3월 386건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 증가가 심상치 않은 셈이다.
세종 집값이 오르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분원)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과 함께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국회 본원 및 대통령 집무실 세종 완전 이전을 추진하고 현재 중단된 공공기관 이전도 조속히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종시 첫 삽을 뜬 것이 참여정부이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공론화한 뒤 당내 추진단을 꾸리기도 했다.
다만 세종시 집값은 이전에도 행정수도 이전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급등락했던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수요로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 여당의 행정수도 드라이브가 이어지던 2020년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누적 44.93% 상승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천도론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2021년에는 누적 -0.78%, 2022년에는 -1.26%, 2023년에는 -4.15%, 지난해 -6.46%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세종시의 강남 격인 새뜸동에 자리한 새뜸마을14단지 더샵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98㎡(13층)은 지난달 17일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가격 급등기인 2020년(13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아직 70%대 수준이다.
행정수도 이전 명분인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로 전입한 타지역 주민의 출신지를 보면 대전(9113명)이 가장 많았다. 여기에 충남(4889명), 충북(4179명) 등을 더하면 경기도(5439명), 서울(4485명) 등 수도권보다 충청권 내 인구 이동이 더 많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종시는 자족 기능 외에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한 계획도시 성격이어서 행정기관 이전과 정책 지속성에 따라 수요자의 관심이 좌우되고, 이것이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세종시 아파트값은 2021년을 고점으로 현재는 81% 정도 수준의 매매가격을 보인다. 정책에 따른 집값 민감도가 큰 만큼 실거주 외 차익 목적의 무리한 영끌 투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