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독일 전역은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서거 250주년을 기리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바흐가 하루라도 자취를 남긴 도시며 마을 모두 행사를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독일 튀링겐 주의 도시 바이마르에서는 이례적으로 스페인의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57)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모던 발레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다.
두아토는 이 작품이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Prix Benois de la Danse) 최고 안무상'을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유니버설 발레단, 멀티플리시티'를 국내 처음 선보인다.
그간 소개된 해외 안무가들의 공연은 대부분 20분에서 40분 길이의 단편들이다. '멀티플리시티'는 2막으로 구성된 120분의 전막 모던 발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댄스시어터 시절부터 체코의 세계적인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67)의 후계자로 지목된 두아토는 '멀티플리시티'를 위해 7년 만인 16일 내한한다. 2002년 6월 스페인 국립무용단 공연으로 첫 내한한 그는 2007년 '나초 두아토 3부작'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멀티플리시티'는 바흐가 살던 바로크 시대의 음악, 미술, 건축, 무용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을 상징하는 무대 의상과 다양한 몸짓을 표현하기 위해 두아토가 찾아낸 단어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프롤로그와 열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1부에서는 바흐에게 받은 영감을 다채로운 춤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두 명의 남성 무용수, 두 대의 바이올린 연주를 비유한 남성들의 펜싱 군무 등이 인상적이다.
1부의 경쾌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는 2부는 바흐의 말년과 죽음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로 전개된다. 비트 대신 멜로디, 기교대신 드라마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골드베르크 바리에이션 BWV 988', '칸타타 BWV 205 중 아이올로스',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WV 1007중 서곡' 등 바흐 음악이 삽입된다.
2005년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를 공연하여 호평받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2004년 '멀티플리시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유니버설발레단이 세계적인 수준의 발레단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이 작품을 공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음악과 안무의 조화, 세련된 움직임, 바흐의 삶과 음악에 대한 경외감, 추상적인 실제성 등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고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멀티플레시티'가 1999년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서 초연한 이래 독일 뮌헨 바바리안 국립발레단,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공연권을 갖게 됐다.
이번 공연의 무대와 의상은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 발레단이 2012년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 것을 대여했다. 25~2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3만~10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 나초 두아토는?
1980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쿨베리 발레단에서 데뷔한 지 1년만에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킬리안에 의해 발탁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34세의 나이에 스페인 문화부의 제의로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10년 간 이 단체를 이끌며 최고의 무용단 반열에 올려놓았다. 무용에 새로운 형식과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안무가로 유명하다. 2010년 7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미하일롭스키 극장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올해 7월부터는 독일 베를린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