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과거 저가로 수주한 50여척의 선박이 취소될 예정이다.
금융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STX조선이 과거에 수주한 50여척에 대해 수주 취소를 결정했다. 저가 수주가 문제였다. 저가 수주 물량을 안고 가기에는 기업 회생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20일 "STX조선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저가 수주분 50여척을 취소하는 것이 있다"며 "이 같은 방안을 채권단에서 검토한 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STX조선의 저가 수주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자금의 유동성이 위험해지면서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저가 수주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STX조선의 저가수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이구동성으로 내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를 들어 500억원의 제조원가가 드는 배를 STX조선은 400억원에 수주를 따낸 것이다.
문제는 조선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선주사들이 STX조선의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한 측면도 있었다. STX조선은 선수금을 많이 받는 조건으로 저가로 배를 수주한 것. 쉽게 말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초반에 중도금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STX조선은 싸게 받고 배를 만드는 대가로 선수금을 많이 받았고 이를 운영자금으로 이미 써버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결국 돈을 쏟아부어도 이미 해놓은 저가 수주 때문에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즉, 수주를 많이 하고 배를 만들수록 STX조선의 수익악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수년째 지속돼 왔다는 것.
따라서 최근 채권단에서 우선 지원하기로 한 1조8000억원 역시 대부분 차입금 상환과 저가수주 물량취소 비용으로 지출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STX조선 채권단 관계자는 "저가로 수주한 선박에 대해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채권단에서)지원키로 한 1조8000억원으로 (위약금을)충당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STX조선이 과거 저가로 수주했던 50여척의 선박이 지금의 화를 키워왔음을 지적했다.
STX조선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이 회사의 수주 잔량은 177척. 취소 예정인 저가 수주분은 조선업황이 침체됐던 지난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