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수주량 측면에서 중국을 제치고 2개월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4일 국제 해운·조선 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 리포트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조선소의 수주량은 313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7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1%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신조 수주량은 232만CGT, 40억달러에 그쳤다. 덕분에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27.6%에서 42.3%으로 상승하며 오랜만에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이같은 실적 호조는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이끌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LPG를 실어 나를 가스선 발주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글로벌 발주사들이 드릴십 등 원유추출선과 운반선 수주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그다지 높은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벌크선이나 유조선 등을 집중 수주하며 저가 수주에 집중돼 있는 반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하루 동안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에 이름을 붙이는 '일일 최다 동시 명명(命名)식 기록'을 세우며 위용을 자랑했다. 해당 선박 5척은 그리스 에네셀(ENESEL)사가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명명식은 새로 건조한 선박에 이름을 붙이는 행사로 종전 현대중공업이 세운 하루 최대 명명식 기록은 4척이다. 하루에 5척의 선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지금까지 조선․해양․플랜트부문(현대삼호중공업 포함)에서 상선 54척과 해양플랜트 FPU 1기(51억달러)를 수주하는 실적을 올렸다. 가스선 발주수요가 증가한 것을반영이라도 하듯 현재까지 LPG 운반선 22척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15척, 탱커 14척, 기타 3척 등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대 6조원 규모의 LNG선 발주를 계획 중인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해 LNG선 건조 명가(名家)란 수식어를 재확인 시켰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등 경쟁 업체들과의 경합이 치열한 가운데 거둔 승리라 더욱 값지다.
러시아 서 시베리아 야말반도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민간 가스기업인 노바텍과 프랑스 최대 정유기업 토탈이 뛰어든 2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아시아 지역 선주 두 곳으로부터 각각 4척씩 총 8척의 초대형 LPG 선을 수주하는 등 올해 총 14척(14억4000만달러)을 수주한 상태다. LNG선 2척과 VLCC (Very Large Crude oil Carrier) 4척, VLGC(Very Large Gas Carrier) 8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주를 이룬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 각 2척씩 4척, 총 3억달러 규모의 옵션 계약이 걸려있어 이 역시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은 14억7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수주를 성공시키며 현재까지 총 6척, 약 20억50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4일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로부터 약 14억7000만달러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1기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수주에도 성공한 삼성중공업은 현재 유럽 선사와 드릴십 1~2척에 대한 수주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점차 살아나기 시작한 조선업계는 올해 셰일가스 붐을 타고 LNG, LPG 등 가스선 분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도 대형화가 진행 중이라 지난해보다 수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선박거래 가격을 지수화한 '선가지수' 역시 지난해 5월 126포인트(P)까지 떨어졌다 지속적으로 반등해 지난달 초 135P까지 회복했다. 클락슨 리서치는 선박 발주량 증가세가 이어져 올해 전세계 조선시장 발주량이 총 9350만CG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발주량은 4870만CGT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유럽 선사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리스와 독일 등 유럽의 대형 선주들이 업황 개선을 전망하며 적극적 선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호황까지는 아니지만 바닥을 확실히 찍고 이제 올라가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