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높은 물가 오름세 오래 지속될 듯"

"글로벌 공급병목, 국내 물가 영향 제한적"
"공급병목 장기화시 물가상승 압력 작용"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 안정 목표치(2%)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병목 현상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전가 등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국의 전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공급병목이 장기화되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27일 'BOK 이슈노트'에 실린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근원품목(에너지, 식료품)이 최근의 오름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근원품목 기여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제재개 과정에서 상품가격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확대된 가운데 에너지의 기여도가 우리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격 상승세 지속으로 에너지 가격은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공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철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미국의 에너지가격은 세금 및 정부정책의 영향이 작아 우리나라에 비해 유가 민감도 및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에는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상승세가 낮아지다가 최근 반등했다. 한은은 국제식량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가공식품가격과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한은은 양국 모두에서 경기회복과 함께 외식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숙박, 항공 등 여타 대면서비스물가는 지난해 봉쇄조치 등으로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미국의 경우 올들어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우리나라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과장은 "내년 이후에도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 전개상황과 소비개선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며 "특히 경제활동 제약 완화 방향(위드 코로나)으로의 방역체계 전환 등은 상방리스크로, 변이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하방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차질, 해상물류 지체 등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에 따른 우리나라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내구재 가격은 미국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1.5%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과장은 "자동차 가격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신차가 1%대 상승률을 보인 반면 미국은 신차가 8%대 상승률, 중고차는 2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공급병목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제한적이지만 장기화 될 경우 우리나라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경제활동 재개, 대규모 가계지원책 등으로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내
구재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에 비해 공급병목에 의한 물가상승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상승의 경우 미국에서는 일부 대면서비스업 내 노동공급 부족으로 임금상승세가 높아지면서 물가에 반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제한적인 모습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전산업 명목임금 상승률이 높아졌으나 이는 노동시장 수급요인보다는 기저효과, 제조업·금융보험업 수익성 개선에 따른 초과·특별급여 인상 등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에서 물가상승압력이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양국 모두 경제재개 및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공급병목현상에 따른 물가상승압력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제한적인 데 반해 미국에서는 일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임금상승압력이 물가에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최근 중국의 전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에 비추어 볼때,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주거비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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