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추기경이 프란치스코(78) 교황의 한국 방문을 희망했다.
염 추기경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한인식학원에서 “교황이 8월 한국에 오기를 희망하고 기도한다”며 “교황이 서임식 때 내게 갑자기 큰 소리로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말씀했는데 나도 ‘우리 한국인들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하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아시아를 빼고 다른 대륙은 다 방문했다. 이번에는 교황이 한국을 꼭 방문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 교회는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등 아시아 교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바가 크다. 교황이 한국에 오면 많은 아시아인에게 기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염 추기경은 평양교구장 서리이기도 하다. “중국과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데, 이것이 어려운 점이다. 북한과 중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복음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를 쓰러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티마의 성모 발현도 당시 구 소련의 회개를 위해 기도했지 구 소련이 붕괴하길 기도했던 것은 아니다. 변화를 바랐다. 교황도 특별히 북한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북한뿐만 아니라 전쟁의 상흔이 남은 우리 사회도 인간답게 되고 그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평화와 화해는 교황의 근본적인 메시지”라고 전했다.
추기경이 된 소감도 밝혔다. “임명이 발표됐을 때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기뻐했다. 나는 과연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추기경은 ‘돌쩌귀’라는 뜻으로 교황을 도와 신자들을 잘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 소중하고 막중한 책무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발을 하는 곳의 표시가 빨간색과 파란색인 것은 각각 동맥과 정맥을 표시하는 것인데, 추기경의 붉은 옷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여러분이 도와줄 것으로 믿고 추기경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열린 추기경 회의 주제는 ‘가정의 복음화’였다.
“한국 사회 역시 ‘가정’의 가치에 대한 변화가 많이 있다. 핵가족화됐지만, 가정이 깊게 일치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부부간의 어려움도 많아지고 부모 자녀 간에도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고 고령화되고 있다”며 “교황도 특별 시노드(교리·교율·전례의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교회의 권위하에 열리는 교회회의)를 오는 10월 소집해 가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기경 회의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문제도 나왔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도 이산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 분단의 현실로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이 있어 마음 아프다. 이런 고통을 받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해결을 같이 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모두 해야 할 일이다. 교황과 추기경단 앞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했고 회의 후 많은 추기경이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교회는 역동성이 있다. 한국 교회의 시작은 선교사가 오지 않고 평신도가 자발적으로 복음을 공부하고 받아들였다”며 “우리는 자발성을 가지고 있다. 이건 우리 한국인의 성향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성직자 없이 출발한 교회 공동체는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는데 우리 교우촌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스도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며 사는 것”이라며 “교황이 첫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기쁨을 절대 뺏기지 말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한국 교회의 선교에서 문제점과 개선할 점에 대해서는 “과거 역사를 보면 한국에 파견돼 일생을 이곳에서 살다 뼈를 묻거나 순교한 분들이 있다. 선교를 나가면 그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본래 그 사명을 다 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선교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신부뿐만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 그 나라 사람들 모두가 도와주고 함께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개성공단에서 미사를 하려고 한 이유와 올해 계획도 밝혔다. “당시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개성공단 신자들의 모임인 로사리오회에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주길 부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해 7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미사를 명동 서울대교구 주교관에서 로사리오회 신자들과 봉헌한 적이 있다”며 “나는 현재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어 담당지역인 개성공단을 방문하고자 했고 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단 방문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다 결국 방문이 무산되었는데 우리는 언제든 도움이 된다면 그곳을 가보고 싶다”고 바랐다.
한국사회 어른으로서 역할이 필요할 때 나설 계획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만의 장점을 본떠 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어려울 때 할 얘기는 다 하겠지만, 말을 많이 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최근 문제가 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 대해서는 “정의구현사제단은 열정적인 분들이다. 아낌없이 헌신하는 형제들로 사제로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염 추기경은 27일 오후 5시2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한국에서 추기경 서임 감사 미사는 3월4일 오후 2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이날 미사는 축하연을 생략하고 간소하게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