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주난에 인력 줄인 조선업계, 이젠 숙련공 붙잡기 '안간힘'

경남도, 조선·항공업 협력사 대상 장기 유급교육 시행
교육 직원에 대우조선 인당 50만, 삼성重 34만원 지원
내년말 쯤 일감 증가 현실화…"그때까지 고용 유지해야"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지난 몇년간 수주난에 시달리며 인력을 줄여온 국내 조선업계가 이젠 숙련공 붙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해운업황 회복으로 선박 수주가 급증하며 앞으로 생산 현장에서 인력난이 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특히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협력사 직원들 고용 유지에 더욱 신경쓰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장기 유급교육을 받는 협력사 직원들에게 인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장기 유급교육은 경상남도 지역 특화형 사업이다. 조선, 항공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들자 인원을 줄이지 않기 위해 유급 교육으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협력사 직원들은 3개월내 4주간의 교육을 받으면 월 최대 250만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 사업에서 경남도가 지원하는 인당 최대 시급은 1만3000원 가량이다. 따라서 이보다 시급이 높은 직원이 교육을 받으면 협력사 대표가 이를 보존해줘야 한다. 협력사 대표들은 임금 부담에 장기 유급교육보다 무급 휴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무급 휴직을 하면 업계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감 부족으로 연장근무가 사라지면서 협력사 직원들은 최저 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견디다 못한 많은 직원들은 건설, 플랜트 등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들은 장기 유급교육에 따른 협력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당 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지원비 규모는 대우조선해양은 인당 50만원, 삼성중공업은 34만원이다. 해당 사업은 경남도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울산에 위치한 한국조선해양은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 조선사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협력사 직원들을 붙잡아 두려고 하는 것은 앞으로 일감이 늘어나면 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선박 수주를 대폭 늘려나가는 중이다.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수주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8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37만CGT 중 한국은 78만CGT(57%)를 수주하며 1위를 차지했다. 37만CGT(27%)를 수주한 중국과는 격차를 2배 이상 벌렸다.

1~8월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은 3239만CGT로 전년 동기(1221만CGT)와 비교해 165% 증가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406% 증가한 1366만CGT(42%)를 수주하며 약진이 두드러졌다. 1453만CGT(4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과는 격차를 87만CGT(3%p)로 좁혔다.

통상적으로 선박 수주 후 건조에 들어가기까지 1년~1년6개월 정도 걸린다. 적어도 내년 말은 돼야 생산 현장에서 일감이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단 얘기다. 그때까진 어떻게 해서든 현장인력을 유지해 보겠다는게 조선사들의 현재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퇴사한 협력사 직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새 인력을 모집하는 것도 어려워 내년 하반기까지 현재 인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국내 조선사들의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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