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7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격 현실화를 위해 협력사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파운드리 별도 사업부 분리 이후 첫 가격 인상 시도다.
업체마다 계약 기간이나 내용이 다른 탓에 삼성전자는 업체별 상황에 맞춰 인상 시기와 폭 등에 관해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통상 가격 인상 협의를 6개월 전에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분 제품은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부터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경쟁사보다 늦었다. 이미 TSMC, UMC 등 대만 업체들의 경우 올해 1, 2분기에 파운드리 가격을 10~30%씩 올렸다.
삼성전자는 아직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만큼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도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업체(TMSC)보다 시장점유율이나 생산능력,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사실상 가격 인상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와서는 시장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파운드리 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시장 수급 불안을 틈타 치솟고 있어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협상에서 우위에 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올해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배경에도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격 인하 폭과 강도만을 조절하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수급 불안 상황으로 가격 현실화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7월 2분기(4~6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공급 가격 현실화를 가속하겠다"며 본격적인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서 부사장은 "가격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올해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도 내비쳤다.
가격 인상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추정)은 약 3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6조9300억원 중 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만 TMSC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파운드리 업체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227억 달러 수준인 데 이 중 TSMC가 85%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4.8%로 양사의 격차가 약 17배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첨예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앞서 지난달 24일 향후 3년간 연평균 80조원, 총 24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TSMC도 연초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이 27조∼31조원(250억∼2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애리조나에 6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데 42조원(3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것 외에도 수익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가 더 큰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