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중금리대출 늘리라더니 총량 규제"…서민 직격탄

당국, 저축은행 등 중저신용대출 확대 주문
"얼마 지나지 않아 총량 관리에 포함 당황"
"부실 채권 대거 정리 나서면 서민만 피해"
인뱅도 여신 포트폴리오 맞추려 고군분투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중금리대출이 포함되면서 저신용자 등 서민들부터 큰 어려움에 처했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 하위 50%의 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앞서 서민 지원을 위해 중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한 바 있어 시장 혼란은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매주 각사 가계대출 잔액을 금융당국에 송부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6월부터 저축은행에 중저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21%에 맞추라고 주문했다. 시중은행 옥죄기로 2금융권에 풍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해서다. 중저신용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820점 이하)를 위한 대출을 말한다.

시중은행이 5-6% 선에 맞춰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당국은 저축은행에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주문한 뒤 총량 관리 목표치를 제시했다. 여기에 중저신용대출 실적도 반영하기로 하면서 21%가 목표가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같은 경우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높게 잡은 게 중저신용대출을 대거 늘리겠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중저신용대출 목표를 감안해서 금융사별 목표비율이 정해져 있다. 공식적으로는 업권 구분 없이 모든 중저신용대출이 총량 관리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중금리대출 확대방안을 발표할 당시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침이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들은 연말까지 공격적인 영업은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금리를 낮춘 데다가 총량 규제로 영업 조정도 해야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끝날 무렵 저축은행 총량 규제가 나와서 중금리대출 확대에 주력했던 회사들은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며 "이럴거면 연초부터 제시했어야지 중금리대출 인센티브를 언급한 상황에서 한 두 달 지나지 않아 총량 규제를 한다고 하니 상반기에 영업을 열심히 한 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이 제시한 총량을 거의 채우거나 이미 넘긴 저축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채권 매각에 나선 뒤 한도 여유가 생기는 만큼 추가 영업을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분기별 연체율, 건전성 등을 감안해 채권을 정리하는데, 한도가 빠듯할 경우 이전 같으면 정상채권으로 봤을 채권도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중채무자 등이 거론된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금리를 낮춰서 중금리대출을 유도하고 서민금융에 이바지하도록 2금융권에서 도와달라고 해놓고 총량을 묶는 바람에 사실 규제 완화 이런 건 의미가 없어졌다"며 "모든 저축은행이 21% 맞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내부적으로 굉장히 답답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받는 대출은 생활자금 목적이 상당수"라며 "재난지원금이 나오면 영업실적이 주춤한데 그만큼 생활비를 위해 대출받는 게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측할 수 없는 규제가 계속 나오면 피해 보는 건 서민들"이라며 "다중채무자들은 한도 초과로 대출이 거절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난처하기는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신용자 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금리가 높아지면서 민원이 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비중 20%초반(카카오뱅크 20.8%, 케이뱅크 21.5%) 목표를 제출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세인 인터넷은행들도 중금리대출 활성화 과제 때문에 올해 여신포트폴리오를 짜는데 골치가 아플텐데 일괄 기준으로 봐도 문제, 예외를 둬도 문제"라며 "하반기 내내 혼란은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