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마이너스통장도 막나…가수요 `꿈틀'

대체공휴일 직후 나흘간 7557건 개설
한 주 전 같은 기간 대비 33.25% 증가
농협은행 주담대 중단 소식에 급증세
한도 축소 등 추가 대응책 나올 가능성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최근 며칠새 국내 주요 은행 마이너스통장 가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출 옥죄기에 나설 것이라는 불안 심리 영향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건수는 7557건으로 집계됐다. 한 주 전 같은 기간(10~13일) 5671건 개설된 것과 비교하면 33.25%(1886건) 늘어난 규모다.

이 중에서 20일 하루에만 2318건이 신규 개설된 게 특징이다. 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보통 1000건대였는데 이날 집중된 건 전날 영업시간 마감 이후 알려진 농협은행의 신규 부동산담보대출 중단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주문한 건 가계대출 총량 관리다. 가계대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비롯해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시중은행이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주담대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자 다른 대출도 조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부담인 항목이다. 미사용 한도가 대출 잔액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기업고객은 미사용수수료가 있지만 개인고객은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일단 최대한 한도를 열어두고 보자는 고객들이 크게 늘면 한도 축소 등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을 미리 개설해두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대출이 중단되는 게 처음은 아니고 은행별 한도 여유가 생기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데 고객들이 느끼는 건 다른 것 같다. 불안 심리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은행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일시대출 금리를 낮추고, 마이너스통장 문턱을 높이는 방식 등이다. 실수요자는 일시대출을 통해 급전을 조달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항목 중에 주요 대출 한도가 거의 차더라도 다른 항목에서 자연감소분이 생기면 여유가 생긴다. 은행들이 여신(대출) 포트폴리오를 짤 때 그걸 감안하지 않을 리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농협은행이 다른 대출도 아닌 주택 구입을 위한 주담대를 중단한 건 이례적인데 금리를 인상했을 때 반발이 생기는 것보다 차라리 판매를 중단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도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 때문에 은행들의 금리 인상, 한도 축소 조치가 잇따르지 않았냐"며 "당국이 계속해서 주문하는 걸 맞추려면 올해 하반기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당국은 농협은행 발 신규 대출 중단 사태가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농협은행의 주담대 등 취급 중단은 당초 목표치를 크게 초과한 농협은행이 계획 준수를 위해 취한 조치"라며 "당초 계획 대비 가계대출 취급 여력이 충분한 여타 금융회사들까지 대출 취급 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1년반 동안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신용팽창이 빠르게 진행됐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향후 민간신용 공급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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