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실손보험 상반기 1조4000억 '적자'...비급여 과잉진료 탓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 132.4%
발생손해액 5.5조...전년比 11%↑
일부 병·의원 과잉진료에 적자 눈덩이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올해 상반기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서 1조4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비타민·영양주사 등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가 무분별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계약을 보유한 손해보험회사들의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4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조1981억원)보다 17.9% 증가한 수치다.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점유율이 82%인 걸 감안하면,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보험업계의 상반기 손실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손해보험사들은 상반기에 위험보험료를 전년 동기(3조7740억원)보다 10.6% 증가한 4조1744억원을 걷었으나,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동기(4조9806억원)보다 11.0% 늘어난 5조5271억원을 기록하면서 손보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험보험료는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다.

상반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2.4%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 이용 감소에도 지난해 상반기(132.0%)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로,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5%로 2019년(134.6%)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30%를 넘겼다. 손해율이 130%가 넘는다는 것은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0원을 지급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실손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들은 지난해 2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보험업계는 일부 병·의원의 과잉진료를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백내장 수술·도수치료 등 건강보험이 미적용된 비급여 진료비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지급보험금 규모는 2018년 2490억원에서 2019년 4255억원, 지난해 6374억원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481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042억원)보다 무려 58.2% 증가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 보험료 인상에도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성행, 새로운 비급여 항목 생성, 무분별한 비급여 가격 인상 등 비급여 관리 실패로 인한 지급보험금 증가로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백내장 수술시 건강보험 비급여 검사로 시행되던 고가의 검사비(안초음파, 눈 계측 검사)를 지난해 9월부터 급여화했다"며 "하지만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를 보상받는 점을 악용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부당·과잉 수술을 야기하는 등 비급여 악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백내장 환자가 급증하면서 백내장 수술을 악용해 보험 사기를 저지르는 사례까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백내장 수술 보험금 수령자(44만6000명) 중 보험사기 전력자는 1만7625명으로 전체의 3.8%에 달했다.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 보험사기의 혐의를 잡아 금감원에 보고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혐의 보고는 69건으로 2018년(39건)보다 77% 증가했고, 같은 기간 혐의 금액은 26억원에서 205억원으로 688%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적으로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를 통제할 장치가 부족하고,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주면서 환자를 모으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등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정부가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실손보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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