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억대 성과급 남아서"…회사 못 떠나는 증권맨들

최대 실적에 성과급 이연지급 적용 대상자 증가
이직 제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증권가에선 "자유로운 이직 막혀" 볼멘소리도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 국내 한 대형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임 모 차장은 최근 고민이 많다. 해외 계열의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받을 성과급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임 차장은 담당하는 운용부서에서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둬 2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책정됐다. 하지만 이연제도에 따라 3년에 걸쳐 나눠 받기 때문에 아직 절반 이상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이직을 고민하던 시점에서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는데, 남아있는 성과급이 많아서 선뜻 움직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 차장의 경우처럼 증권사의 성과급 이연제도에 따라 이직이 제한되는 증권맨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증시 활황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외 주식과 펀드 투자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중이다. 이에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이 수억원을 넘어가는 증권사 임직원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190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원 2804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10.9년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의 평균 급여는 92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직원 2873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14.9년이다.

이어 ▲삼성증권 9100만원(직원 2546명, 평균근속 11.1년) ▲NH투자증권 8900만원(3013명, 12.9년) ▲미래에셋증권 8500만원(3941명, 13.7년) 등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면서 대표이사나 사장을 넘어서는 급여를 받는 임직원도 속출하고 있다.

보수지급금액 5억원 이상 중 상위 5명의 개인별 보수현황을 보면, 삼성증권은 ▲강정구 영업지점장 43억9000만원 ▲박지만 팀장 7억1300만원 ▲정영균 상무 6억8000만원 ▲홍장표 상무 6억5300만원 ▲한은경 영업지점장 6억4100만원 순이었다.

한투증권은 ▲오종현 부사장 29억7798만원 ▲방창진 상무 19억9235만원 ▲박기웅 상무보 17억4487만원 ▲김남구 회장 15억9663만원 ▲신주용 차장 14억1808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수석부회장 27억8500만원 ▲윤상설 PB상무 18억1700만원 ▲김연추 상무 17억8500만원 ▲김성락 부사장 16억6700만원 ▲김병윤 사장 16억100만원 등이다.

NH증권은 ▲이충훈 부부장 13억8600만원 ▲서재영 상무대우 13억3800만원 ▲이충한 부장 11억9600만원 ▲윤병운 전무 10억2300만원 ▲신재욱 상무 10억2000만원 순이다.

KB증권은 ▲문성철 상무 11억3800만원 ▲서정우 상무보 10억7900만원 ▲이성수 부장 8억7600만원 ▲고영우 상무 8억1300만원 ▲주태영 상무 7억9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고, 단기에 수익을 내고 이동하는 고액 연봉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한 바 있다. 2015년부터 법으로 도입돼 시행 중인 이연성과급 제도의 모태다.

성과급 이연제는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임직원의 성과급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임직원의 퇴사나 이직을 막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반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를 올려 정당하게 받을 돈인데 지급을 미루면서 자유로운 이직 등의 근로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연성과급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금융사와 임직원간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연된 성과급은 자진 퇴사 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직을 제한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됐다"고 귀띔했다.

성과급 이연제와 함께 증권가에 도입된 복장 자율화도 자유로운 이직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평소에 캐주얼로 편하게 근무하다가 면접을 위해 정장을 갖춰 입으면 좁은 여의도 바닥에서 대번에 눈에 띈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과장은 "정장에 넥타이까지 하면 상사들이 '어디 면접 보러 가냐'고 묻는다"며 "주위에서는 면접날 월차를 내거나 정장을 챙겨와 갈아입기도 하는데 증권가가 좁아서 회사 사람들과 마주칠까봐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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