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속에서 지난 2분기(4~6월) 높은 매출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갔다. 반면 영업적자 폭은 여전히 커지고 시장 경쟁도 격렬해지고 있는 점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당분간 총 상품 판매량(거래액, GMV) 실적이 업체들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 SSG닷컴, 롯데온(ON), 11번가의 2분기 잠정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매출 성장세로만 보면 쿠팡이 가장 두드러진다. 쿠팡은 2분기 잠정 매출액 44억7811만 달러(약 5조1812억원)을 거둬 분기 매출 신기록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15개 분기 연속 50% 이상 성장세다.
반면 영업적자 폭이 가장 커진 것도 쿠팡이다.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 2억8483만 달러(3425억원)가 반영돼 같은 기간 5.4배 늘어난 5억1493만 달러(595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화재 피해 등을 뺀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1억2215만달러(약 1415억원) 규모다.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2분기 매출 34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늘었다. 영업손실은 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억원(93%) 증가했다.
11번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3.6% 증가한 2분기 매출 1329억원을 거뒀다. 영업손실은 1.8배(90억원) 늘어 140억원이 됐다.
롯데온은 적자도 커졌고 매출도 줄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은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2분기 매출 2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20억원으로 30억원(10.3%) 늘었다. 총이익은 1.3% 늘어난 반면 광고비, 판촉비, 시스템 안정화 등 판관비가 4.3% 커졌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실적을 언급할 때 거래액(GMV)을 주로 쓴다. 쿠팡을 제외하곤 대부분 비상장 기업인데다 이처럼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매출액 업계 1위 쿠팡은 자사 GMV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활성 고객수가 1702만명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분석 업체 와이즈앱 등은 쿠팡 1분기 GMV를 7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SSG닷컴은 GMV가 2분기 19% 성장했고 상반기에만 2조5806억원이라고 공개했다. 지난 5월 W컨셉을 합병하면서 손익이 편입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도 롯데온의 거래액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는 2분기 GMV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 상승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가 1분기 22%, 2분기 25% 성장했으나 평균보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SSG닷컴은) 커머스 시장 경쟁 심화로 1분기 수익성이 계속될 수 없음은 예상되었던 바"라면서도 "손실 폭이 예상보다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향후 사세를 키우기 위한 투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23년 상장할 것으로 여겨지던 SSG닷컴은 13일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해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화했다. 마켓컬리도 지난달 2254억원 규모 시리즈F 투자를 마치고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실적 보고서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한 경쟁사들 의 매출 성장 추구 쿠팡의 최근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감안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강도는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향후 주가 흐름은 GMV 성장률과 이커머스 시장점유율(MS) 상승 속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