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국브랜드, 中 상표 선점 피해 속출…K-뷰티 발목 잡히나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상표권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브로커들이 상표권을 선점해 해외진출이 늦어지는 등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기업 2753곳이 중국에서 상표권을 도용 당했다. 2019년 797곳보다 무려 245% 늘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상표 도용 사례가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19년 한국기업 204곳, 지난해 227곳이 피해를 입었다. 태국에서도 지난해 한국기업 664곳이 상표를 도용 당했다.

특히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한국 화장품은 2조9280억원으로 2019년보다 43.8% 증가했다.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4.3%다.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수출액은 전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70%를 차지했다.

아이엘사이언스 자회사 어헤즈(AHEADS)는 지난달 중국 브로커가 무단으로 선점한 상표권 소송에서 이겼다. 2018년 8월 브랜드 론칭 후 약 한 달 뒤 중국 브로커가 어헤즈 상표를 선점해 출원한 후 약 3년 만이다. 중국 법원에서 올해 5월 브로커가 선점한 브랜드는 효력이 없다는 1차 무효 결정을 받았다. 지난달 최종적으로 무효 결정을 받아 승소했다.

어헤즈는 2018년 설립한 중소 브랜드다. '히든테라피' 샴푸와 헤어디자이너 이미영 원장과 협업한 아이디어 제품 등을 선보였다. 지난해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 이찬원을 모델로 발탁해 인지도를 높였다.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해외 진출을 계획했지만, 상표권 침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헤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달리프, 닥터드마겔 아기 화장품 브랜드 아토오겔와 힘을 합쳤다. 지난해 한국지적재산보호원의 지재권 보호 공동 사업에 참여, 상표권 회수에 성공했다. 어헤즈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브로커들이 노린 것 같다"며 "중국에 상표를 출원하고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스타트업까지 중국 브로커 표적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대응 여력이 낮은 점을 노리는 셈이다. 신생 브랜드는 중국 브로커를 상대로 법적대응 하려고 해도 비용·시간 등이 많이 들어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선출원 우선제도' 탓에 소송해도 이기기 쉽지 않다. 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제도다. 다만 중국 내 상표 출원일이 한국에서 상표 출원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이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브로커는 한국 상표를 중국기관에 등록하고, 해당 기업이 현지 진출 시 웃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에서도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브랜드 친숙도가 높은 상태다. 한국 제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기업 상표 도용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브랜드 론칭 직후 브로커들이 의도적으로 상표를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을 진행해도 판결이 나기까지 몇 년 이상 걸리고, 해외 진출 시기가 늦어지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기회도 잃게 된다.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면 소송비용을 10~30% 줄일 수 있는데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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