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29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 통상의 밝은 미래를 봤다"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에게 이같이 전하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2019년 통상교섭본부장에 부임하며 산업부 역사상 첫 여성 차관급 공무원이 됐다. 산업부의 실장급(1급) 고위 공무원에 오른 첫 여성 공무원이기도 해 '유리천장'을 부순 인물로도 주목 받아왔다.
재임 기간에는 일본 수출규제,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 232조 등 무역 제한 조치 등에 대해 적극 대응하며 위기를 넘겼다.
유 본부장은 "산업과 통상이 합심해 수출 규제에 지혜롭게 대응했고 RCEP,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신남방 FTA를 완성했으며 통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이를 기반으로 우리 수출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특히 작년 WTO 사무총장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163개국을 대상으로 치열한 통상외교를 펼치면서 우리의 달라진 역량을 전세계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막판에 유럽연합(EU) 등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올해 2월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유 본부장은 국제질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비도 주문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통상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기술, 산업, 안보와 연계되고 사회적 이슈까지 얽혀 국가전략의 핵심 축으로 진화해 수준 높은 통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이 기술패권 확보를 위해 국가 주권을 앞세우며 개방과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며 "새로운 질서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본부장은 이런 격변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역사적 책임을 맡아달라고 독려했다.
그는 "다시 찾아온 국제정세 격변기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폭넓은 시야와 통찰력으로 국가의 명운을 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제 그 역사적 책임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젊은 후배들과 치열하게 WTO 선거 캠페인 활동을 해가면서 저는 대한민국 통상의 밝은 미래를 봤다"며 "세계로 진출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여는데 역할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유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후배들도 전문가의 길을 당당히 걸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며 장·차관에게는 "체제 재정비를 계기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유명희 본부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1996년 1월부터 통상산업부 WTO과에서 통상 업무를 맡아왔다. 이후 외교통상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정책과장 등을 지냈고, 2010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무국 파견 등 업무를 수행했다.
통상업무가 외교부에서 다시 산업부로 옮겨간 이후인 2015년부터는 산업부에서 통상정책국장, 통상교섭실장,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