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성 n번방' 2만7000여개 몸캠…김영준, 어디에 썼나?

'협박' 없이 '몸캠' 영상으로 수익 창출
영상 길게 제작해 온라인에 판매한 듯
영상 1명당 평균 3분 이상으로 계산돼
"몸캠 매매 시장에 쉽게 접근 가능해"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여성인척 행세하며 확보한 남성 1300여명의 '몸캠'을 녹화·유포한 혐의를 받는 소위 '남성 n번방' 김영준(29) 사건은 지금까지 볼 수 있었던 몸캠피싱 범죄와는 다른 양상이 관측된다.

타인의 나체가 찍힌 영상을 돈벌이에 활용했다는 점은 그 동안의 몸캠 범죄와 다를 바 없지만, 그 과정에서 '협박'이 없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대신 김영준은 몸캠 영상의 판매를 위해 '콘텐츠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영준은 2013년 11월께부터 올해 6월까지 남성 1300여명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음란 행위 등을 녹화·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신상공개위원회는 이번 사건의 사안이 중한 점 등을 들어 신상공개 결정을 내렸고, 김영준의 현재 모습은 오는 11일 검찰에 송치되며 언론을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영준에게서 2만7000여개에 달하는 몸캠 영상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김영준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영상물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거나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과정에서 영상 유포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현금이나 추가 영상을 요구한 정황은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특이점이 있다고 본다. 보통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몸캠 범죄의 경우 영상물을 확보한 후 피해자에게 돈을 갈취하는데 김영준의 경우 그런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장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피싱조직은 몸캠 영상물을 협박용으로만 쓴다"고 했다.

대신 김영준은 영상의 길이를 늘려 '상품 가치'를 높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상물이 일종의 성적인 '콘텐츠'로 타인에 판매되기 위해선 일정 분량이 확보될 필요가 있고, 김영준이 보유했던 영상들은 그동안의 몸캠범죄 영상보다 재생시간이 길어 이같은 조건을 충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준이 보유한 3만개에 가까운 영상들의 개별 재생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 수(1300명)과 영상 개수(2만7000개), 총 용량(5.5TB)으로 영상의 평균 재생시간을 구해보면 피해자 1명당 적어도 3분 이상 찍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김 협회장은 "만약 저화질로 녹화가 됐다면 (한명 당) 영상 길이는 10분을 넘어갈 수도 있다"고 계산했다.

1년에 100건 이상의 몸캠 범죄 신고를 받는 한국사이버보안협회는 몸캠 중 20~30초 분량의 영상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비교한다면 김영준의 영상은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이라는 것이다.   

김 협회장은 "협박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입금을 받고 입금된 것을 대포통장에서 뽑는 역할이 나뉘는 등 구조가 복잡하다"며 "개인으로서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 쉽다는 점에서 콘텐츠화를 통한 온라인사이트 판매라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 몸캠 영상을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돼있다"며 "본인이 쉽게 접근해서 수익을 낼 수 있으니 그렇게 진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경찰은 김영준의 압수물 분석 및 추가 조사를 통해 여죄와 범죄수익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김영준이 제작한 영상을 재유포한 이들과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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