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버스 매몰' 피할 수 있었다…승강장 이설 골든타임 놓쳐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로 최소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인근 주민 등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승강장 위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기간만이라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승강장을 잠시 옮겼더라면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한결같은 주장이다.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9일 오후 4시22분께. 운림54번 시내버스가 승강장에 완전히 멈춰선 지 불과 4초 뒤. 인근 5층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쓰마니 마냥 시내버스를 덮쳤다.

버스는 건물 잔해 더미에 그대로 매몰돼 납작해졌고, 승객들은 손 쓸틈도 없이 변을 당했다.

참변이 일어난 승강장에는 동구 지원동과 무등산 방향으로 진행하는 14개노선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출근 시간대에는 수백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차도와 맞닿은 곳에서 건물 철거작업이 연일 진행되면서 매일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사고 가능성에 불안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한 상가 주인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어린 학생들도 적잖이 이용하는데 왜 철거현장 바로 앞에 승강장을 그대로 뒀는지 불안한 마음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모(52)씨는 "평일 저녁과 주말 휴일이면 종종 산책을 하는데 철거현장을 지날 때면 '혹시나'하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며 "도로와 인접한 건물을 부술 때는 승강장을 잠시 옆으로 옮기고 교통 통제도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해당 승강장을 피해 300~400m 떨어진 또다른 승강장까지 걸어서 이동해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 사업과 위탁 철거공사를 진행해온 시공사, 시행사 측도 승강장 이설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현장 인근에 신호수 2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위험을 담보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10일 "시공업체 측으로부터 '(위험할 수 있으니) 승강장을 옮겨 달라'는 신청이나 협조공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승강장 행정'은 허점을 드러냈다. 10일 출근시간 러시아워 때까지도 임시 버스정류장은 설치되지 않았고 별다른 안내 표지판도 없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승강장이 송두리째 매몰돼 수백m 떨어진 또 다른 승강장을 이용해야만 했고, 행정 당국은 민원이 이어지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뒤늦게 임시승강장을 설치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