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주인 바뀐 남양유업, 경영쇄신 속도···사업 다각화 숙제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새 주인을 맞은 남양유업이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 전날인 지난달 26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와 별도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 이사회 감독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우유·분유에 의존하고 있는데, 출산율 감소 등이 지속 돼 사업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1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기획마케팅·영업본부, 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했다. 미래전략·경영지원본부는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유지한다. 신임 수석본부장은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맡는다. 김 수석본부장은 생산전략본부장 겸 건강한사람들 대표를 역임했으며 기획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을 거쳤다. 조직개편과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2월 정기인사 이후 3개월 만에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대표이사가 관리하던 주력 부서를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오너일가 위주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김 수석본부장이 남양에서 오래 근무한 '남양맨'인 만큼, 한앤컴퍼니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4월13일 '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 효과 연구결과를 발표한지 한달 보름만에 매각했다. 지난달 27일 홍 전 회장(51.68%) 부인인 이운경씨, 손자 홍승의씨 등 오너일가 지분 53.08%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3명이 보유한 보통주 총 37만8938주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3107억2916만원이다. 홍 전 회장 동생인 홍명식씨 지분 3208주(0.45%)만 남게 됐다.

 

특히 남양유업은 우유·분유 매출 비중이 높아 저출산 부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 후 우유 급식 물량이 감소해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 지난해 매출은 2309억원, 영업손실은 137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 매출은 1조4631억원, 영업이익은 865억원이다. 매일유업은 컵커피 '바리스타룰스'와 성인 단백질 영양식 '셀렉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우유·분유 매출 비중을 전체 50% 이하로 줄였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적용한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 책임경영을 높일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볼트온 전략으로 남양유업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볼트온 전략은 연관 업종 기업을 집중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실과 경쟁력을 강화해 매각하는 방식이다. 2013년 적자였던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한 뒤 체질 개선해 2018년 대만 유통기업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했다. 5년여 만에 2배가 넘는 차익을 올린 셈이다. 이 외에도 대한한공 기내식기판사업, 한라비스테온공조, SK해운, 케이카를 인수해 쇄신에 성공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며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매각 전날 6명 일부 인사만 났다. 인사 배경과 한앤코의 조직개편 관여 여부 등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후임 대표 선정과 관련해서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매각한지 며칠밖에 되지 않아 현업에 집중하면서 내부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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