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이번주 나란히 경제단체 수장으로 취임한다.
재계에 따르면 23일 열리는 서울상의 정기총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상의 회장으로 공식 추대될 예정이다. 이어 최 회장은 다음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정기총회에 서울상의를 대표해 대한상의 회장 후보로도 추천받게 된다.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들어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부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이 대한상의가 대표 경제단체로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재계는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최 회장의 영향력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게 되면 2대에 걸쳐 재계 양대 경제단체의 수장을 맡게 된다.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구자열 회장은 오는 24일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의결을 거친 후 제31대 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코로나19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기업인 출신이 더 적임이라는 재계 의견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동안 무협은 김재철 전 회장(1999~2006년)이후 15년 간 정부 관료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다.
구 회장은 2013년부터 LS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형제 가족이 9년씩 돌아가며 공동 경영을 이어온 전통에 따라 올해 말 구자은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다만 이번 무협 회장 추대로 그룹 회장직 이양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에 구 회장이 선임되면 부자가 대를 이어 무역협회장을 맡게 된다. 구 회장은 과거 22·23대 무역협회장을 지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한편, 전경련 회장 교체기에 맞물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간 통합설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정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입법됐으나, 경제단체들이 이를 저지하지 못하자 통합을 해서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전경련 위상이 크게 약화한데다 회장 임기 만료 때마다 차기 후보를 찾지 못하면서 2019년에도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회원사 동의는 물론, 근거 법률 통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물리적 통합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각 경제단체들의 고유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대기업 싱크탱크 역할을 해오던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대기업 목소리 대변에, 경총은 기존 노사관계 조율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경총은 회원사 중에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며 "전경련과 회원사가 완전히 다른데, 만일 합쳐지면 대한상의와 다를바가 없다.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대중소기업을 합쳐 18만 회원사를 가진 법정 경제단체인 반면, 전경련은 대기업 중심의 민간 경제단체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은 오는 24일 이사회와 26일 회원 총회를 개최해 차기 회장 선임을 결정한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창수 현 회장이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전경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