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가 흩어지잖아요." "로버트 파커 평점보다는 와인 스펙테이터 평점이 입맛에 맞더라고."
2011년 김어준(46)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한 MBC 라디오 '색다른 상담소'의 여름 특집 '아는 척 매뉴얼'의 일부분이다. 당시 방송은 더도 덜도 아닌 과시할 수 있을만큼의 정보를 제공, 청취자를 즐겁게 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늦겨울, 독자의 '아는 척'을 돕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작가란 무엇인가' '사랑 수업'이 그 주인공이다. 또다른 지식·지혜로 나아가는 훌륭한 안내서이자 원한다면 '과시할 수 있을만큼의 정보'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이다.
'철학자의 서재' 시리즈 세 번째 권으로 나온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는 철학자들이 쓴 63편의 글이 실렸다. 모두 책을 소개하는 글로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63권의 책을 읽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부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까지 장르와 주제를 종횡한다.
'철학자의 서재' 시리즈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인 철학자들이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결과물이다. 시대의 명저나 숨어있는 책, 저주받은 걸작, 동서양 고전들을 선정해 다양한 형식으로 서평을 썼다. 668쪽, 2만원, 알렙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한 '작가란 무엇인가'는 또 어떤가. 1953년 창간된 문학잡지 '파리리뷰'가 만난 세계적인 소설가들의 삶을 담은 책으로 "소설은 말이야…" "그 작가는 말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만, 파리리뷰가 60년간 만난 수많은 작가의 인터뷰 중 국내 문학창작과 학생들의 설문을 거쳐 12명의 인터뷰 만이 담겼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선별된만큼 면면은 화려하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 M 포스터 등 익히 알려진 작가들이다.
"저에게 있어 역사소설은 실제 사건을 허구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허구랍니다"(에코), "저는 여행을 하거나 책상에 혼자 앉아 있지 않을 때 곧 우울해집니다"(파묵) 등 소설가들의 생각과 고백이 실렸다. 496쪽, 2만2000원, 다른
'사랑 수업'은 책을 직접 읽지 않고 '읽은 척'하기에 안성맞춤인 구조다. 첫사랑에 실패한 열여섯살 문학소녀 '이레네'가 사랑을 이야기한 일곱 권의 소설을 읽고 일곱 편의 에세이를 쓰는 내용으로 문학작품 속 문장, '이레네'가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담은 에세이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무라카미 하루키)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슈테판 츠바이크)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제인 에어'(샬럿 브론테) '콜레라 시대의 사랑'(마르케스) 등의 작품이 '이레네'가 겪은 실연의 상처를 다독인다. 320쪽, 1만2000원,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