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보건당국이 E형간염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27일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영국 등에서 돼지고기 햄·소시지를 매개로 한 E형간염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멧돼지 담즙, 노루 생고기를 먹고 발병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감염경로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E형간염 현황, 증증도 등 위험도에 대한 평가와 각 분야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형간염은 E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에 의해 생기는 급성 간염으로,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돼지, 사슴 등 육류를 덜 익혀 섭취할 경우에 감염된다.
영국 보건부는 지난달 31일 영국 내 해외여행력이 없는 E형간염 환자 60명에 대한 연구 결과, 특정 상점에서 돼지고기 햄·소시지를 구입한 경우 새로운 유형의 E형간염(HEV G3-2) 발생 위험도가 1.85배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식품을 통해 국가간 전파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E형간염이 국내외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해왔음에도, 그동안 법정감염병으로 관리하는 A·B·C형간염과 달리 관련 대책이 전무했다. 건강보험 진료통계에 의하면 연간 100여 명이 E형간염으로 진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우리나라 간염관리대책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민영양조사(2007~2009년) 결과 사무직·전문직에 비해 농업, 임업,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서 E형간염 항체 양성률이 6.6배로 높고, 도심지역에 비해 시골에서 항체 양성률이 2.5배로 높으며, 내륙지역보다 해안지역 에서 항체 양성률이 2.4배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2년 도축장 종사자에 대한 보고 자료에 의하면 E형간염 항체 양성률은 32.8%로, 남성과 고령, 앞치마와 같은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양성률이 높았다. 특히 지리산에서 멧돼지를 생포해 담즙액을 마시거나 도축장 내에서 익히지 않은 소고기를 섭취하는 습관이 있는 경우 발병한 사례가 확인돼 인수공통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형간염은 전세계적으로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임신부, 간질환자, 장기이식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주의가 당부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E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천만명이 감염되고 약 330만명의 유증상자가 발생했다.
주로 아시아·중남미·북아프리카 등 주로 저개발국가에서 오염된 식수로 유행이 발생하지만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육류, 가공식품을 통하여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약 4만4000명이 사망해 치명율은 약 3.3%로 고위험군의 비중이 높았다. 질병관리본부는 E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돼지, 사슴 등 가공육류·육류는 충분히 익혀먹고, 유행지역 해외여행시 안전한 식수와 충분히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 또 화장실 다녀와서, 기저귀 간 후, 음식 조리 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올바른 손씻기를 실천해야 한다. E형간염의 잠복기는 15~60일(평균 40일)로, 초기 증상은 피로, 복통, 식욕부진 등이다. 이후 황달, 진한색 소변, 회색 변 등의 증상을 보인다.
E형간염 환자는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조리를 금지하고, 임신부·간질환자·장기이식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