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홍준표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친박계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등 친박계와 홍준표 대표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만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를 향해 "지난주 우리 당직 인선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홍 대표는 "당내 문제는 비공개로 하자"며 저지했지만 이 최고위원은 개의치 않으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최고위원은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며 "국정운영, 당 운영에 있어서 첫 번째가 인사고 두 번째도 인사다. 인사를 잘못하면 정당의 실패, 지도부의 실패도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뻔히 보이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길을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사를 잘해야 한다"며 "이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당의 화합이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가 이 암흑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한다면 국민은 물론 당원마저 당을 해체하라 요구할 것"이라며 "실패한 패권정치로 우리 스스로를 무덤 속으로 내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홍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당의 주요 당직을 정치인사, 측근인사, 자기 식구 꽂아 넣기 식으로 한다면 그게 문재인 정부의 친문코드 인사가 뭐가 다르냐"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로 당의 민주성, 건강성을 회복하고 적재적소 인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말에 최고위원 5명과 제가 통화를 했고 제 의견에 동의해서 제가 대표로 발언한 것"이라며 "인선 과정에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연구원장은 참 중요한 자리"라며 "원칙이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하도록 돼 있는데 그 과정이 전혀 없어 다시 검토를 해달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반응을 묻자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이미 임명했는데 어떡하나(라고 했다)"며 입장 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비공개 전환 후에는 일부 친홍계 최고위원이 이 최고위원의 공개 비판을 두고 불만을 드러내며 신경전이 오갔으며 이 과정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효상 대변인은 "한 최고위원이 과거 봉숭아 학당 식의 최고위 진행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최고위원들 간 조율 없이 당내 문제를 너무 외부에 얘기하는 건 앞으로 우리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