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19일 백남기 농민의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어쨌든 사과는 받는 사람이 느껴야 한다"며 "농민회, 유족 측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백씨의 아내가 있는 전남 보성에 직접 가서 사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유족들과 조율 해봐야 한다"면서도 "직접 만나서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신 박종철, 이한열 등 희생자와 특히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유명을 달리한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백씨 사건에 관해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내놓은 것은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581일만이었다.
경찰의 이같은 사과 표명은 '보여주기식 사과', '언론 플레이' 등의 비판이 뒤따랐다. 경찰이 밝혀왔던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과도 다르고 하루 전 서울대병원 측이 백씨의 사인을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 뒤 진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경찰이 사과 입장을 밝힌 이유에 관해 "6·10 민주화항쟁 30주년 기념식과 그 전날 경찰인권센터 박종철 기념관을 찾았을 때 느낀 소회도 있고 해서 인권문제에 경찰이 전향적으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전에도 유감 표현은 여러 번 했지만 법적인 부분이 남아있다보니 그것과 연계해 사과를 명확히 못한 게 있었다"며 "법적 책임 여부는 나중에 수사 결과와 판결 등이 나올 것이고 그에 따르면 된다. 전반적인 경찰활동, 집회·시위 과정에서 있던 것에 대해 최소한 사과말씀을 드리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취임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 사과할 기회는 많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국회에서도, 기자간담회에서도 다만 유가족에게 와닿지 않고 진정성이 없어보이고 진솔한 사과가 아니라했을 뿐 유감 표명은 계속 해왔다"며 "늦은 사과라는 점은 인정한다. 여러 상황 변화 때문에 (늦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백씨 사망 원인이 경찰 살수차 때문이라는 것도 인정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그 부분은 검찰 수사를 통해 명확해져야 한다"며 "일단 서울대병원에서는 그 부분까지 판단하진 않았고 다만 외인사가 격막하 출혈로 돼 있기에 그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씨 사건 당시 살수차를 운행했던 경찰관 처벌에 관해선 "형사 재판이 걸려있는 부분은 통상 판결이 나온 뒤에 징계를 내려왔다"며 "지휘관이라면 판결이 나오기 전 직위해제한 경우는 있지만 일반 직원이라 직위 해제의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검찰이 수사 중인 백씨 사건에 대해 "새로 요청 온 것은 없는 상태"라며 "전 청장 등 관련자에 대한 기초조사는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도 (수사를) 빨리 마무리 짓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 수사에 대해 "검찰에서 발표한 감찰 결과를 서류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안왔다"며 "서류가 오면 해당 내용을 살펴보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외 어떤 (법 위반) 부분이 있나 살펴보고 검찰이랑 협의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8일 경찰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조카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청장은 "재수사 계획은 없다"고 전하며 "검찰 기록 중 수사 기법이나 기밀과 관련 없는 당사자 간 통화내역 등을 제출하라는 게 법원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해양경찰청 부활과 관련해 해경과의 수사권 경계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수사에 착수한 기관이 수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문제는 해당 사건 수사협의회를 열어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