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의 순이익은 오히려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기업 구조조정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 행렬을 이어갔다. 저금리를 등에 업고 대출을 대폭 늘리고 부실을 털어내는데 주력한 가운데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대손비용 및 영업비용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한 덕분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은행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4분기 순익이 3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10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9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DGB·BNK·JB·광주은행 등)의 4분기 추정 순익은 총 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시장컨센서스인 1조9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금리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이자이익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를 띄면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까지 치솟아 올랐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일회성 판관비 부담이 크게 발생한 것도 실적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공인재무분석사(CFA)는 "금리와 환율 상승에 따라 매도가능채권 매각익 감소 및 단기매매채권 평가손과 외환환산손 발생 등으로 비이자이익 부진이 예상된다"며 "또 대부분의 은행들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일회성 판관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은행별로는 KB금융의 실적이 가장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5030억원으로 은행 중 가장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8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명예퇴직비용 부담에도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 지분 인수 관련 부의영업권이 이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출 성장률과 순이자마진(NIM), 대손충당금 등 질적 측면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장효선 삼성증권 CFA는 "부동산 대출 규제에도 지난해 분양 활황에 따른 집단대출 자연증가 지속과 적극적인 중기대출 증대 노력으로 KB금융의 이자이익은 견조한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특히 현대증권에 대한 지분 매입에 따른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 상승과 KB손보, KB캐피탈 등에 대한 지분율 제고, 은행과의 연계 영업을 통한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 등이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920억원 가량의 명예퇴직비용과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약 1300억원 내외의 순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대규모 외환환산손실 발생과 2200억원에 달하는 명예퇴직비용으로 4분기 순익이 시장컨센서스를 대폭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환율에 민감도가 가장 높은 KEB하나은행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환관련 손실 1000억~15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은행은 중국법인 등 해외법인 설립 과정에서 외화 표시 통화의 출자로 인해 매분기 원·달러 환율에 따라 환이익 혹은 손실이 발생한다"며 "규모 면에서 기업은행의 해외 지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환 민감도 또한 상장 은행 중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10원 하락시 환이익은 125억원으로 추정되며 그 밖에 유로화 등 이종 통화에 따라 영향은 또 달라진다"며 "곧 발표될 4분기 실적은 환손실이 약 1000억원 이상 발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신한지주와 기업은행 등의 4분기 순익은 각각 3600억원과 2200억원 내외로 추정돼 컨센서스 수준을 소폭 밑돌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시장에서는 올해에도 은행권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의 시중금리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 1분기에는 NIM이 상승 반전할 수 있지만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더 부진할 경우 이는 시장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이자이익 증가폭을 제한할 수 있다. 또 우리은행 민영화,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시행,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수수료 인하 압력이 높아져 비이자이익 역시 전년보다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박은수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원은 "은행업 경영실적은 국내경제 회복 지연, 은행 대출태도 강화 등으로 성장성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취약업종 중심의 기업 부실위험 증가 등으로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