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예멘 내전과 친정부군 약탈 '이중고'


예멘 내전에서 친정부군인 인민자유군(Popular Resistance)이 후티 반군으로부터 탈환한 지역에서 전란을 피해 자리를 비운 주민들의 빈집을 마구잡이로 약탈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중동지역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동남부 타이즈 지역에서 친정부군이 탈환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막상 주민들은 친정부군의 약탈과 '빈집털이'에 시달리고 있다.

예멘에서는 수니파 사우디의 지원을 받고 있는 친정부군과 시아파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 간의 내전이 1년 넘게 벌어지고 있다.

압드라브 만수르 하디 현 대통령에 충성하는 친정부군은 반군으로부터 주민들을 '해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무장 세력으로 나눠진 친정부군은 후티 반군 장악지역을 공격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불신, 심할 경우 공포를 야기할만한 행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 집중화된 명령·관리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즈 지역의 알아스크리 마을은 후티 반군 지역이었지만, 지난 11월 인민자유군이 쳐들어왔다. 전투가 벌어지자 알아스크리 주민들은 인근 지역으로 피난을 가야만 했다.

알아스크리는 후티 반군이 패하고 철수하면서 11월17일 '해방 지역'으로 선포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돌아갈 집을 잃어버렸다.

인근 마을 이브로 대피했던 아바스 알흐와이디(65)는 알아스크리에 남아있던 살렘(가명)으로부터 자신의 집이 누군가에게 철저히 약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살렘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도둑이 내 집에 들어 싹쓸이해갔다고 말했다"며 "15년동안 이뤄온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알흐와이디는 누가 자신의 집을 약탈했는지에 대해 의심이 가는 세력은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지목할 수 없다고 체념했다. 그는 "예멘은 영원해 갈등 지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나의 자녀들은 모두 예멘을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흐와이디와 달리 알아스크리에 남아있던 살렘은 MEE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민자유군이 약탈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가명을 사용한 그는 "인민자유군 병사들이 총기를 사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들어있던 모든 것을 들고 갔다"고 전했다. 심지어 자신의 차를 병사들이 뺏어가려 하는 것을 막으려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것이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친정부군이 아무리 약탈을 저질러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즈의 이민자유군 소속 나엘 알아디미 사령관은 "친정부군 병사들이 마을에 들어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도시들을 해방하는데 집중해야하는 지금 시점에 범인들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알아디미 사령관은 이어 "범행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진격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은 군사사기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내부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정부군의 만행이 거세지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후티 반군이 자신들을 지켜준다며 더 신뢰하게 된 주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살렘은 "후티 반군과 친정부군 모두 믿을 수 없다"며 "그들 모두 민간인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타이즈 알하우반 지역에 생활하는 아나스 알사메이는 "적어도 후티 반군이 장악했을 때는 약탈 행위가 벌어지지 않았다"며 "친정부군이 우리를 해방한 뒤에는 우리 집들을 부수고 약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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