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일 0.25%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8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이날 내년 금리 정책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연 2차례 인상에서 3차례로 상향조정하면서 예상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소지가 큰 만큼 내년 이후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이번 점도표 상향조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지금까지의 점도표가 계속 하향조정되다가 올라가는 그림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연준도 인플레이션으로 전환이 확실하다고 인정했다"며 "지금까지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양적완화를 했다면 이제는 유동성 축소세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방적인 금리 하락 기조가 끝난 것은 인정을 해야할 것 같다"며 "완전히 추세가 바뀌었다고 하긴 어렵고 금리 상승기를 앞둔 마지막 검증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점도표 조정은 연준 위원들이 트럼프 공약의 기대효과들을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공약이 얼마나 현실화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도 통화 긴축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현행 800억유로에서 내년 4월 이후 600억유로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양적완화의 출구를 향한 길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우에도 올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올해 들어 매입한 국채 규모는 71조7000억엔으로 연간 목표 80조엔(약 808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각국에서 통화 긴축 움직임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국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시장점검회의에서 "현재까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시장금리 상승과 정책금리 인상 전망은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있다"며 "금리가 지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구간별로 3.7~6.5bp(1bp=0.01%포인트)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이상 올라 1180원선을 넘겼다.
코스피지수가 소폭(-0.01%) 하락에 그치고 코스닥지수가 1.33%나 상승하는 등 주식시장의 동요가 거의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점도표가 상향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미국 채권금리도 단기금리 위주로 많이 올라 우리나라도 상승 압력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 트럼프 정책이 구체화되고 유가 기저효과가 1분기에 집중되면 연준이 이에 발맞춰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환율 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단은 125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고 해서 금리를 따라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 딜레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실물경제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금리가 오르는 것은 괜찮지만 우리나라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진다"며 "우리 경제의 경우 금리가 오르는 순간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위험이 가장 크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에는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더라도 달러가 급격하게 강세를 띌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이번 금리인상 하나만 가지고 신흥국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달러가 강세가 선제적으로 나타난다면 선진국으로 자금 회귀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