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지연 등으로 외국인들이 2분기 연속 아시아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는 42억 달러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 4월 5조5000억 달러, 5월 7조5000억 달러를 사들였지만 6월 23조6000억 달러를 빼가면서 2분기에 10조6000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1분기 국내 채권시장에서 31조7000억 달러를 현금화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채권시장에서 42조3000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6월 중 외국인 보유채권이 상당규모 만기 상황된 가운데 재투자가 지연되면서 보유잔액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월 중 채권 만기상환 규모는 4조9000조원에 달했는데 유럽계 자금이 1조1000억원, 아시아계 자금이 6000억원 빠져나가는 등 재투자가 지연되는 양상을 보였다.
강영숙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단기채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심리가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잔존 만기 1년 미만 채권의 보유 비중은 3월 말 34.4%에서 6월 말 28.8%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금리 신흥국 중심으로 자금 유입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앙은행증권, 재정증권 등 단기채에서 발행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국채로의 선호 종목 변화가 뚜렷했다.
올해 한국을 비롯한 6개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1분기 20억 달러가 순유입된 데 이어 2분기 114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자금 유입이 주춤했지만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 발표 이후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으로 아시아 채권시장에 자금 유입이 재개된 모습이다.
국가별로 외국인들은 중국 채권시장에서 77억7000만 달러를 사들였고, 이어 인도네시아 31억4000만 달러, 말레시이사 21억9000만 달러, 태국 6억3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중국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지난 2월 외국인 주식 채권 보유 한도를 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상향하고, 장외 채권시장 개방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중앙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채 보유 잔액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국 역내 채권이 JP모간 신흥국채권지수 편입 거토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기준 환율 고시 리스크가 줄어들고, 외환 보유액 감소세가 진정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중앙은행(BOJ)의 추가 완화 기대,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전망 후퇴가 신흥국 등 고금리 채권 투자 확대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강 연구원은 "금리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된 데 따른 조정압력 증가, 6월 미 고용지표 급반등 이후 점증하고 있는 미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투자심리가 약화될 소지가 있다"며 "현재 시장의 미 금리인상 확률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