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화당, '파죽지세' 트럼프 놓고 "네 탓이오…" 한탄

미국 대선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전당대회 2월1일를 앞두고 '트럼프 대세론'이 계속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냐"는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코커스가 다가오면서 공화당 기득권 세력내에서는 트럼프 후보의 선전을 막지 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서로를 책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자문위원 출신으로 공화당의 베테랑 전략가인 커트 앤더슨은 "모든 게 재앙"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책이라도 써야 할 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공화당 경선 판세를 쥐락펴락해 온 트럼프 후보는 대선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며칠 앞두고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그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5개에서 모두 선두 자리를 휩쓸었다.

비난의 화살은 먼저 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들과 이들의 정치 자금을 모으는 '슈퍼팩'(Super PACs. 정치행동위원회)에게로 돌아갔다. 트럼프 후보가 오래 전부터 각종 막말로 논란을 일으켰는데도 수수방관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후보의 대항마로 기대받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마르코 루비로 상원의원(플로리다)은 트럼프에 대한 직접 공격을 피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거품이 자연스럽게 꺼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크루즈 의원 쪽에서 최근 트럼프 후보를 저격하는 발언과 광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판세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고 비판 수위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 브래드 토드는 "진작 했어야 하지만 시야가 너무 짧았다. 오래 끌수록 그를 제거하기 어려운 법"이라며 "공기가 깨끗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장난이나 치고 있던 때보다 더 힘든 데스 매치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부시 진영은 지난해 선거 자금을 벌써 1억 달러(약 1201억 원)나 모았다고 자화자찬한 바 있는데 이런 자금력을 부시 후보의 최대 라이벌로 여겨지는 루비오 후보를 공격하는 데만 집중했다.

선거자금 기부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대선 때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보좌한 공화당 정치분석가 알렉스 카스텔라노스는 일찌감치 트럼프 후보를 저지할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 내릴 계획을 제시했지만 기부자들은 냉담했다. 일부는 정치 초짜인 트럼프 후보가 자멸할 거라고 내다봤다. 괜히 트럼프를 지원했다가 정치 보복을 당하는 것 아니냐고 손사레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RNC 스스로 트럼프 후보에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취한 것이 공화당에 독이 됐다. 라인스 프리버스 RCN 위원장은 지난해 트럼프 후보와 만나 최종 후보가 누가되든 결과에 승복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미국보수주의연합(ACU)의 알 카르데나스 회장은 "분별있는 RNC 구성원 대다수는 트럼프를 최종 후보로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그를 언짢게 만들 일이 없길 바라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지도부가 저자세를 취하는 동안 트럼프 후보는 조직화된 반대 세력이 부재하다는 이점을 누리면서 상승세를 탔고, 이제는 최종 후보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홀랜드 레드필드 RNC 위원은 트럼프 후보가 결국 최종 후보가 된다면 그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공화당이 극심한 내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드필드 위원은 "공화당 내부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당을 강탈당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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