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권노갑 고문과 더불어 야권 원로의 한 축을 차지하는 '구(舊)민주계' 정대철 고문이 15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정 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교체가 가능한 길을 여는 개척자의 심정으로 더민주를 떠난다"며 "개인적으로 한국의 야당사와 제 가족사는 맥을 같이 해왔고, 당을 떠나는 제 착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더민주를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라며 "이대로는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더민주를 떠나 하려고 하는 일도 단 하나"라며 "여러 갈래로 찢겨진 야당세력들을 하나로 대통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통합의 병풍역할을 자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을 창출하는데 힘을 보탠 사람중의 하나라고 자부한다"며 "이제 남은 정치인생을 정권 재창출에 다시 한 번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더민주를 향해 "전 국민의 60~70%가 당장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그런데 작금의 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국민들은 야당에 정권을 내줄 준비가 돼 있지만, 야당은 수권할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며 "정권교체가 가능한 세력으로 거듭하는 유일한 방법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야권을 전면 재구성하는 것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환멸을 느끼는 패권정치, 운동권적인 정치문화부터 청산해야 한다"며 "낡은 이념의 틀을 깨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합리적인 진보에서 중도, 중도 우파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이념적 스펙트럼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며 "인구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50대 이상의 장년, 노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집권이 가능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단일대오만 형성할 수 있다면 아직도 야권에 기회는 충분하다"며 "우선 여러갈래로 추진되고 있는 신당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모든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화의 통로부터 조속히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며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 고문의 뒤를 따라 40여명의 구민주계 인사들도 더민주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정 고문의 아들인 더민주 정호준 의원은 당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와 구민주계,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 모두 신당에 합류하기 보다는 제3지대에서 야권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의 정체성을 대표해온 두 축인 동교동계와 구민주계가 더민주를 모두 떠남에 따라 더민주는 수도권 일부 지지세력과 친노무현계·386 운동권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