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4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담화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파견법 수용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민생은 없었다"며 "재벌·대기업에는 희망이 됐을지 몰라도 서민과 중산층에는 절망만 줬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청년고용 절벽과 비정규직 차별, 전월세 대란과 가계부채 등 민생 해결 의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동물국회 아니면 식물국회 수준"이라고 국회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식물국회가 아니라 식물여당"이라며 "국회가 문제가 아니라, 새누리당 배후에 있는 대통령이 문제"라고 맞섰다.
그는 "타협과 대화는 사라지고 대안도 없이 억지와 생떼가 난무하는 협상장, 청와대 눈치 보느라 제대로 된 협상 한번 못하는 무능한 집권여당을 만든 것은 대통령"이라며 "국회를 통법부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은 국회 탓할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남은 2년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길 바라며 경제도, 한반도 평화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국민들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며 "국민들에게 정치문화 변화를 호소하는 만큼 국회를 존중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기간제법·파견법, 악법중의 악법"…거부입장 밝혀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기간제법 논의를 뒤로 미루고 파견법을 받아달라고 밝힌 것과 관련,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악화시키는 악법중의 악법"이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고 맞섰다.
그는 "우리 당은 노동5법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우선 처리하자고 누누이 제안했다"며 "그러나 정부여당은 일괄처리만을 고집하며 무작정 밀어붙였고, 노동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의 편협한 고집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노사정대타협 주체였던 한국노총조차 반발하며 파기 선언을 한 상황"이라며 "이(기간제법·파견법)를 통해 나쁜 일자리가 잠시 늘어난다한들 청년들에게 무슨 희망이 될 수 있겠느냐"며 "제19대 국회를 통틀어서 최악의 법안"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극심한 임금격차와 고용불평등에 있다"며 "소득 불평등과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국경제는 단 한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與, 기활법 등 발목…선거구 획정 빈손으로 와 반대만"
문 대표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이 우리 당이 제시한 타협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경우 우리 당은 당초 61개 재벌집단 모두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10대 재벌·대기업까지로 백보 양보했다"며 "그러나 정부여당은 전체 재벌·대기업에 대한 특혜만을 고집하며 당이 제시한 타협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역시 지난해 3월 청와대회동 당시 합의대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다면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 얘기대로 서발법으로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약속대로 보건의료분야를 제외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방지법 역시 지난 연말 릴레이 협상 끝에 여야는 대테러 대응기구를 총리실에 두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이 나흘만에 파기했다"며 "북한인권법은 한두 가지 쟁점을 제외하면 상당부분 이견이 좁혀졌지만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증진의 노력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 자명한 기본원칙조차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문 대표는 20대 국회의원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협상결렬의 책임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있다"며 "10여 차례 협상을 하는 동안, 새누리당은 단 한 번도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이고 지금까지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기대 언제나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해왔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협상 자화자찬에 얼굴이 화끈"
문 대표는 한일간의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최상의 결과라며 인정해달라는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다"며 "최종적, 불가역적을 운운하며 법적 책임이 이미 끝났다는 협상의 내용에 어느 누가 동의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소녀상 철거를 떠들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한 마디 반박도 못하면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치부하는 정부의 난청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역서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서는 "명망 높은 집필진을 구성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포부를 잘 들었다"며 "그렇다면 집필진 공개 먼저 하라. 누가 집필하는지도 모르고 밀실에서 만들어진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누리과정 보육대란 사태와 관련, "누리과정에 대한 변하지 않는 진실은 '대통령 간판공약'이라는 것"이라며 "누리과정 해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육감들에게 누리과정을 떠넘기기 이전에 대통령의 사과와 공약이행이 먼저"라며 "역대 선거에서 가장 많은 선심성 정책들을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면서, 가장 무책임하게 공약을 파기한 대통령이 포퓰리즘 운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 단호한 의지는 있었으나 근본적 해법은 없었다"며 "새누리당의 핵개발론이나 전술핵 배치론 등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악화되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돌파할 현실적이고 냉정한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주변부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미국만 바라봐서도, 중국에 의존할 일도 아닙니다.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는 제재대로 하되,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유도하고 중국, 러시아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함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