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철수 탈당]파국맞은 文·安…'불통(不通)'이 문제였다

지난 대선 과정서 쌓인 앙금 풀지 못하고 점점 벽 쌓아왔던 것이 주 요인

결국 불통(不通)이 문제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켜켜히 쌓인 불통의 벽을 넘지 못하고, 13일 결국 서로 갈라서며 다른 길을 택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양측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풀지 못하고 점점 벽을 쌓아왔던데 따른 것으로, 예고됐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비슷한 노선과 가치관을 가지고 같은 길을 것은 동지(同志)적 관계였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 자리를 당시 후보였던 문 대표에게 전격 양보했고, 새정치연합에서도 대표직을 이어서 맡았다. 충분히 가까울 수 있는 사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불통은 유명했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제안을 할 때는 언론을, 약속을 잡을 때는 측근을 통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정국 때는 저녁식사 시간에 오랜만에 회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사나 술이 아닌 '차 한 잔'만을 나눴다.

양측의 코드가 너무 다르다보니 '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라는 말도 돌았다.

두 사람의 소통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던 때는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제안이 나왔을 때였다.

통상 정치권에서 상대방에게 이같은 제안을 할 때는 사전에 관련 내용을 물밑조율한 후 상대방이 이에 동의했을 때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상대방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거절할 경우에는 제안을 통해 의도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문 대표는 '7인회', 그 중에서도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엮임했던 문병호 의원을 통해 안 전 대표에게 내용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가 관련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달 18일 '문·안·박' 제안이 언론을 통해 발표됐고, 이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이후 발생했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안 전 대표는 10여일간의 숙고 끝에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안·박' 체제를 거부하고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문 대표는 이달 3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안 전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안 전 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전대 거부 결정을 재고해달라"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하고 칩거에 돌입했다.

양측이 기자회견을 번갈아 열며 공개적인 '핑퐁게임'을 하면서 갈등은 증폭됐고, 국민들의 피로도도 커져만 갔다.

같은 당에서 활동하는 정치권의 리더들이 도대체 왜 마주 앉아 대화를 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제안과 역제안을 반복하며 갈등을 키워나가는 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두 사람이 너무 소통하지 않아 파국이 벌어졌다"며 "솔직히 문 대표, 안 전 대표가 모두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들인데, 두 사람이 함께 대화를 하면 얼마나 갑갑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같은 당이고, 같은 비전과 노선으로 여권과 대립하고 있는 관계 아니냐"며 "밥 먹고, 술 마시며, 자주 통화하고 만나서 당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 좋을 텐데…. 다른 당 끼리도 이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양측에 앙금이 남았고, 이게 해소되지 않고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며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고, 이대로는 총선과 대선이 힘들겠다는 느낌이었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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