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문재인 대표와 정면 승부를 통해 내년 총선거를 이끌 수 있도록 당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작은데다 설령 전당대회를 실시한다 하더라로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제안으로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주류측이 결집력을 보일 수 도 있어 향후 안 전 대표의 당내 위상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가 살려면 거듭나는 수 밖에 없다"고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자신과 문재인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당대회에서 혁신안으로 '정면승부'해 승자가 내년 4월로 다가온 국회의원총선거를 책임지고 치르자는 것이다.

이는 당 권력에서 한 발 빠져있던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와의 당권경쟁을 통해 당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이고, 등 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문·안·박 연대 거부배경을 설명했다.

안 전 대표가 대신 제시한 카드는 혁신전당대회 개최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다.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총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안 전 대표의 주장이다.

혁신전당대회 틀 안에서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혁신안을 가지고 경쟁을 펼쳐 제대로된 국민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당대회를 통해 꾸려진 새 지도부는 천정배 의원의 신당과 통합을 추진,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한다면 일사분란한 총선체제를 갖출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은 안 전 대표가 실권없는 공동지도체제로 책임만 나눠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지도체제 당시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총선이 4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새로운 당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안 전 대표는 "바로 직전 총선 때도 (전당대회는) 2012년 1월에야 치뤄졌다. 지금은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새정치연합은 과거 18대 총선(2007년 4월9일 실시) 당시 2월17일에야 전당대회를 치렀고, 17대 총선(2004년 4월15일 실시) 때는 2월3일에 전당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또 전당대회의 승자에게 당권은 물론 혁신안까지 모두 몰아주자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른바 '승자의 독식'을 주장한 것.

그러나 이는 문 대표가 이제껏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혁신안을 무색케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더 큰 마찰이 불가피 해 보인다. 당 중앙위원회까지 통과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마저 무위로 돌리자는 절차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입장 발표에 굳이 답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제안에) 답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판단이 필요하다. 당내 구성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 결정을 대표 혼자 하자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안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한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에게 정면승부를 요구한 다음날인 30일 '호남 심장부'인 광주를 찾아 광폭행보에 나선다. 당권 장악과 이를 통한 혁신안 실현, 더 나아가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이날 오전 광주지역 노인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현지 언론 기자간담회, 혁신토론회, 택시 기사와의 만남, 지역방송 저녁 뉴스 출연, 청년 CEO 간담회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이튿날인 31일에는 광주 지역민과 함께 김장 담그기 행사에도 참석, 민심을 돌볼 예정이다.

이는 문 대표가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당시 문 대표는 광주에서 선언적인 성격의 제안을 하고 돌아왔다면, 안 전 대표는 사전에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설득작업을 나선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문 대표와의 정면대결 구도에서 차별화 전략을 통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우리 당이 (호남민심에) 큰 실망을 끼쳐드렸고, 당의 구성원으로써 호남사람에게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말씀을 들을 것은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앞서 기자회견도 했기 때문에 호남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잘 해나가겠다는 자리 정도가 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