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10차 한일 국장급 협의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시작됐다.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전 9시57분께 외교부 청사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이시카네 국장은 취재진이 기다리고 있던 포토라인을 피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외교부 청사로 들어갔다. 이시카네 국장은 포토라인을 따라 길게 늘어선 한일 양국의 취재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번 제10차 협의에 한국 측 대표로는 이상덕 동북아시아국장이 나섰다. 이 국장은 앞선 9차례의 국장급 협의에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국장과 마주했다. 이시카네 국장과는 첫 번째 국장급 협의다.
앞서 이 국장과 이시카네 국장은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상견례 차 만나 한일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 바 있다. 당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 대한 각국의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낸 '카운터 파트너'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장급 협의는 지난 2일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과 협상 가속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후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일 정상회담 전까지 1965년 한일협정을 근거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끝난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거듭하며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간 현안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아베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이후 "연내에 끝내기 어렵다"는 속내를 밝힌 만큼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또한 지난 1965년 한일협정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가 포함이 안 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번 제10차 협의에서는 두 나라가 협상을 가속화하자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심도 깊은 의견을 교환하는 선에서 정리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에서 양국 정상이 견해 차이를 좁혀갈 경우 국장급 협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