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작별을 각오한 만남…' 이산가족 2차 방문단 속초 집결

고령자들 혈압·소화불량 등 호소…의료진 데스크 북적

광산에 간다며 모이라는 말에 집을 나섰던 아버지는 65년의 세월이 흘러 백수(白壽)를 앞두고서야 "아빠 (갔다가) 또 와"라고 인사했던 딸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됐다. 2차 상봉에 참여하는 남측 방문단 중 최고령자인 구상연(98) 할아버지는 두 딸에게 선물할 꽃신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상봉단의 절절한 사연과 생이별의 안타까움이 채 가시지 않은 23일 오전, 다음날인 24일부터 3일간 진행될 2차 상봉행사를 앞두고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집결지에 모였다.

이산가족 등록 절차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고 공지됐음에도 적지 않은 가족들이 오전 9시께부터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속속 도착했다. 집결일 전날에 속초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가족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로 리조트 내 커피숍과 식당 등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으나 등록 데스크 앞에는 등록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방들로 긴 줄이 세워졌다.

2차 방문단에 고령자가 많은 탓에 지팡이를 짚고 걷거나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의료진 데스크도 북적였다. 고령자들은 긴장한 탓인지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혈압과 체온을 확인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전체 방문단 90가족 중 보청기를 신청한 가족도 31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응규씨의 아들 승남씨는 "(등록) 데스크에서 의료진으로 안내해 줘 왔다"며 "아버님이 혈압이 좀 있으시긴 한데, 다행히 혈압과 체온 모두 정상"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차 방문단 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께 두 가족을 제외하고 전원 도착해 등록 절차를 마쳤다. 가족들은 등록 데스크 옆에 마련된 임시 촬영장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하거나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며 만남을 준비했다.

북측에 있는 여동생들을 만나러 가는 조순전(83) 할머니는 "동생들이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면서도 "왜 마음이 이렇게 심란한지"라며 마음을 쉽게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는 죽은 줄 알았던 조카 장순근(68)씨가 이번 이산가족 상봉 특보를 보고 연락을 해와 만나게 되는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북측에 있는 동생들을 만나러 가는 안윤준(87) 할아버지는 "만나자마자 이별해야 하니까,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크다"며 "(작별 상봉 심경) 각오는 하고 가는데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이 나기 전에 서울 큰아버지 댁에 공부하러 내려왔다 이산가족이 된 이선균(90) 할아버지는 "여동생을 69년 만에 만난다"며 "숙식도 같이하고 손잡고 같이 잠을 자고 싶은데 그걸 못하게 한다"고 아쉬워했다.

북측에 사는 오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등록 절차를 밟던 김매순(80) 할머니는 당뇨 수치가 높고 전신 동맥경화가 심해 의료진에서 방북 포기를 권유했으나 "업혀서라도 가겠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의료진은 출발 직전 김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해 방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차 방문단 90가족 254명은 오는 24일 육로로 금강산에 도착해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6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26일 작별상봉을 마치고 귀환한다.

한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이산가족을 격려방문해 "남북이 각각 100가족씩 만나는 것만으로는 이산가족의 한을 달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상봉 정례화 문제들과 관련해 북측을 최대한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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