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첫해인 지난 2013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공식방문인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은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등 도발억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3박6일 방미 일정은
박 대통령은 오는 14일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이번 미국 방문의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오후에는 우주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강화를 위해 '나사(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한다. 현직 대통령의 미국 나사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로 50년 전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 양국간 첨단 산업 분야 비즈니스 협력 증진을 강조하고 '한·미 우호의 밤'에 참석해 ·미 관계 발전에 기여해온 미국 각계 인사들과 우리 동포들을 격려한다.
15일 오전에는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한다.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 펜타곤 방문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초청에 따라 관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한·미 관계 발전 방안과 아시아태평양 및 글로벌 차원의 협력 증진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미국 부통령이 관저로 외빈을 초청하는 것은 드문 경우로 이는 한·미 관계의 친숙함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미 재계 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들과 학계 등 미국의 각계 여론 주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우리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연설한다.
오는 16일에는 후반기 정상외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지며 방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두 정상은 회담 뒤 양국간 협력 발전 방안을 포괄적으로 다룬 '공동설명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의 도발 억지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대북공조에 최대 관심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북핵 문제 등 대북 공조다. 박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식과 유엔총회 등으로 시작된 하반기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의 도발억제와 북핵문제 해결,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있어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출국 직전 주재한 임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방미는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서 이뤄지고, 곧 이어 한·일·중 3국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에 관해 심도 있게 협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일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이후 도발 등 변수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도를 규탄하고 추가도발시 강력한 대응에 나선다는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핵을 포기할 경우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식의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국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미국은 지난 2012년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전보다 엄격한 비핵화 기준을 적용키로 한 2·29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이 이를 파기한 이후에는 6자회담 등 북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원칙을 재확인한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을 회담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데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역대 2번째 펜타곤 방문…한·미 동맹 과시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해 한·중 밀착관계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해소하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朝野)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박 대통령이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를 참관한 것을 불편하게 바라본 시각도 적지 않아서다.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카드인 미·중과의 동시 밀착은 자연스럽게 북한을 압박하는 무기도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한·미 동맹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재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측도 우리측의 이같은 의지를 적극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등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첨단분야 협력 강화…TPP 논의 관심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엔지니어링·우주·에너지신산업·보건의료 등 최첨단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양국 정부와 기업 등이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 한·미 재계 회의 등은 이같은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정으로 보인다.
미국은 엔지니어링·우주·보건의료 등 첨단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디자인 등을 제조업에 접목하면서 제조업 혁신을 가속화해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만큼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한 논의도 주목된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TPP는 총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난 5일 타결이 공식선언됐다.
규모면에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거대 경제동맹이지만 우리나라가 1차 회원국에 끼지 못하면서 TPP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구축한 FTA 효과도 무력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TPP 가입과 관련한 구체적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정상은 이미 지난해 4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의 관심 표명을 환영하고 TPP의 높은 수준을 달성하는데 있어 긴밀히 협의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밖에 이번 정상회담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 복원과 관련한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아·태지역 재균형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한·미·일 3각 공조의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