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시장 역동성 상실

국내 휴대폰 판매량 큰 폭으로 감소... 보조금 규제로 소비자 차별은 완화

지난해 10월 휴대전화 기종별로 보조금을 공평하게 지급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후 소비자 차별은 크게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장의 역동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엄격한 보조금 규제 영향으로 단말기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하기 어려워졌다. 

단통법 시행 후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은 단통법이 시행된 지 9개월 만에 110만대 가량 감소하며 1310만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휴대전화 판매 추정치도 약 910만대로 지난해 상반기(약 980만대)보다 70만대 가량 줄어들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자 소비자들이 고가폰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단통법 시행 후 휴대전화 지원금을 노리던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써보는 사람)'들의 불만이 커졌고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테스트베드(시험장)로서의 위상이 약화됐다"며 "최신 고가폰 가격 부담을 줄여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휴대전화 판매점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휴대전화 판매점은 단통법이 시행된 지 9개월 만에 1040곳가량 줄어든 1만1623곳으로 집계됐다. 

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에 따라 보조금을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이용자들에게 보조금을 공평하게 지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과거처럼 휴대전화를 저렴하게 사기 위해 발품을 팔면서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과잉 규제도 휴대전화 판매점의 발목을 잡았다. 단통법이 시행된 후 폰파라치 제도가 강화되자 판매점들은 크게 위축됐다. 엄격한 보조금 규제를 받는 가운데 감시망이 지나치게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폰파라치 제도에 따라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는 판매점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 휴대전화를 공시 지원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다 적발되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서는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자 통신사, 제조사, 판매점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통신사들은 엄격한 보조금 규제로 다른 통신사 가입자를 유치하는 번호이동 건수가 줄자 기존 가입자의 기기변경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보조금 경쟁력이 사라지자 요금 경쟁에 나선 것이다. 데이터 소비량을 늘리면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높일 수 있다. 

제조사들은 고가폰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가 어려워지자 궁여지책으로 중저가폰을 내놓았다. 중소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중고 휴대전화 매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단통법의 취지 중 하나가 1~2명이 먹던 10개의 떡을 여러 명에게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것이지만, 소비자 차별 해소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규제 강도를 높이다 보면 부작용이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경쟁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LTE 품질 등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제조사들은 실탄(마케팅 비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단말기 경쟁력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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