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 연설을 마치고 돌아오다 탈북예술인 마영애씨의 대면시위와 맞닥뜨린 것으로 밝혀졌다.
리수용 외상은 27일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마치고 이날 오후 북한대표부 사무실로 오다가 이곳을 지키고 있던 마영애 미주탈북자선교회 대표와 조우했다. 마영애 대표는 "오후 6시부터 북한대표부 앞에서 있었는데 6시50분 경 리수용외무상이 걸어오는게 보였다. 미리 준비한 피켓을 높이 쳐들었다"고 말했다.
마영애 대표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내리고 시선을 피하더니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북한대표부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이 모습을 일본 TV기자 등 두명이 촬영했다"고 밝혔다.
마영애 대표는 북한대표부 대사 등 고위 인물들을 겨냥한 '공포의 면전시위'로 잘 알려졌다. 면전에서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쳐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모습이 카메라로 촬영돼 전 세계로 퍼지는 것도 곤혹스럽다. 이때문에 마영애 대표를 피하거나 때로는 달아나지만 그때마다 피켓을 들고 추격전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는 '진드기 시위'로 북한측 인사들에게는 기피인물 1호로 꼽힌다.
신선호 전 북한대사는 2009년부터 2012년사이에 3차례 면전시위의 희생양(?)이 됐고 지난해 2월에는 새로 부임한 자성남 신임대사가 첫 출근을 하고 돌아오다 마영애 대표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리수용 외상의 경우 뉴욕에 올 때마다 마영애 대표와 마주치는 불운(?)을 겪고 있다. 외상 자격으로 지난해 3월과 9월에 이어 3번째 뉴욕을 방문한 올해도 어김없이 조우하고 말았다. 마영애 대표는 지난 달과 이달초에도 북한대표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는 등 총 10차례 면전시위를 감행했다.
그러나 이날은 침묵을 지킨 채 피켓 시위만을 했다. 피켓엔 '김정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핵을 당장 포기하고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쓰여 있었다.
마영애 대표는 "2004년 미국에 온 이후 지금까지 대북시위를 400회 이상 했지만 오늘처럼 긴장된 것은 처음이다. 너무나 경비가 삼엄해 시위한 것 자체가 큰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올 70차 유엔총회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첫 참석하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10년만에 참여하는 등 어느때보다 많은 주요국 정상들로 인해 역대 최고의 경호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마영애 대표는 "북한대표부 앞에 정사복 경찰과 시크릿서비스, CIA로 보이는 요원들이 너무나 많아서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면서 "사복요원 두사람이 내 신분증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신분조회를 하더니 '좋다. 건물 앞에서 해도 문제없다'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마 대표는 "내가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는지 이후 오는 사람들은 나를 피해 가는 등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면서 "평소였다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겠지만 고생하는 경비하는 요원들까지 놀래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리수용 외상이 분명 피켓 내용도 봤을 것이다. 오늘 시위는 북핵폐기와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라는 메시지를 북한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날 북한대표부에선 리수용 외상을 위한 환영행사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참석을 위해 친북단체회원들로 보이는 인사들 약 20명이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앞서 리수용 외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MDGS)를 달성하려면 평화롭고 지속적인 개발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미국의 북한제재같은 행위가 묵인되는 한 유엔의 개발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