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 등이 크게 줄었음에도 인건비 비중은 되레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은 8% 가까이 줄었지만 인건비인 급여총액은 4.7%나 늘어난 탓이다.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9%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나 올랐다.
1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30대 그룹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그룹 271개 계열사의 상반기 매출과 급여 총액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571조8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48조8500억 원) 급감했지만 급여 총액은 33조4700억 원으로 4.7%(1조5120억 원)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작년 5.2%에서 5.9%로 0.7%포인트 상승했다.
30대 그룹은 상반기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드는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영업이익은 31조830억 원으로 0.8%(2520억 원), 순이익 6.4%(1조8440억 원)로 각각 줄어들었다.
매출이 늘어난 그룹은 현대자동차·한화·효성·신세계·현대백화점·대우건설·미래에셋등 7개에 불과했다.
그룹별로는 KT의 인건비 비중이 11.5%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KT의 그룹 매출은 10조1230억 원으로 4.7%(5040억 원) 줄었지만, 급여 총액은 1조1670억 원으로 9.8%(1050억 원)나 증가했다.
두산도 인건비 비중이 11.1%로 2위에 올랐다. KT와 달리 급여가 7530억 원으로 3.7%(290억 원) 줄었지만, 매출이 6조8160억 원으로 7.2%(5320억 원)나 줄어 인건비 비중이 높아졌다.
이어 LG(8.3%), 대우조선해양(8.2%), KCC(8.0%) 그룹의 인건비 비중이 8%를 넘었다. 신세계(7.9%), 한진·금호아시아나(7.3%), OCI(7.1%), 효성(6.9%), 현대자동차(6.7%), 현대백화점·삼성(6.5%) 등이 평균치인 5.9%를 웃돌았다.
반면 S-OIL은 인건비 비중이 1.4%로 가장 낮았다. GS(2.5%), 영풍(2.7%)도 2%대에 그쳤다. 미래에셋(3.3%)·동부(3.4%)·동국제강(3.6%)·대림(3.9%)은 3%대였다. SK(4.2%), 포스코(4.3%), 현대·한화·LS(4.5%), 롯데·대우건설(4.7%)은 4%대, 현대중공업(5.1%)·CJ(5.5%)는 5%대였다.
인건비 비중 증가폭은 KT가 1.5%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았다. 대우조선해양(1.40%포인트), LG·LS(1.30%포인트), SK(1.20%포인트), 금호아시아나(1.00%포인트)가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현대중공업·롯데(0.7%포인트)도 30대 그룹 평균인 0.7%포인트를 웃돌았다.
이외 포스코·동국제강(0.60%포인트), 삼성·GS(0.50%포인트), 두산·KCC·대림·미래에셋·S-OIL(0.40%포인트), 한진·현대자동차(0.30%포인트), OCI·대우건설·영풍(0.20%포인트), 신세계·효성(0.10%포인트), 현대백화점(0.01%포인트)의 인건비 비중도 일제히 상승했다.
인건비 비중이 줄어든 곳은 CJ(-0.70%포인트), 현대(-0.30%포인트), 동부(-0.20%포인트), 한화(-0.04%포인트) 등 4곳이었다.
이 가운데 CJ, 현대, 동부그룹은 올 상반기 매출도 동반 감소했다. 한화그룹도 25.0%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이 실적 개선보다는 한화토탈(삼성토탈), 한화화인케미칼(옛 KPX화인케미칼) 등의 인수합병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