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체회의를 통해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을 비롯해 41명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출석의 건'을 의결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아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 국감 증인 채택과 관련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롯데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성실하게 준비해 임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의 강도 높은 비판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은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언제, 어느 상임위로 가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한 지배구조와 '반롯데' 정서 등으로 국회 증인 출석까지 거부하면 정치권을 비롯한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질 수 있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증인으로 채택된 국회 정무위원회도 10일 국감 개회를 선언한지 10여분 만에 감사 중지를 선언하는 등 신 회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정작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감보다는 신 회장의 증인 채택 합의가 우선시 됐을 정도다.
오는 17일 신 회장을 상대로 추궁할 내용들은 경영권 분쟁과 부실한 지배구조, 골목상권 상생, 반롯데 정서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총수일가의 지분이 2.41% 불과한 지분율로 재계 5위인 자산규모 83조, 80여개 계열사를 보유한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지배구조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롯데의 정점에 있는 일본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구조에 대한 추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81개 계열사 중 3분의 1이 넘는 28개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밝혀지면서 또 다시 불거진 국적 논란과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반롯데 정서 확산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해마다 국감 단골 주제로 떠오른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및 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서도 매섭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전의 기회'가 마련될 수도
경영권 분쟁 후 롯데 원리더로 우뚝 선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는 한국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롯데' 정서로 인한 재벌개혁 및 국적 논란 해소에 안간힘을 썼다. 또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하는 등 경영투명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에 비해 직원 수나 매출 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우리나라 5대 그룹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상장된 8개 계열회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해 오늘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지속적으로 한국 롯데에 재투자하셨다"며 "이번 일을 통해 아버지가 조국에서 평생 쌓아 오신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TF팀 발족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하고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또한 청년일자리를 포함한 고용확대, 사회공헌 등 국가경제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신 회장은 문제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다른 방안을 내세우는 꼼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직접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로 해결책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국감 증인 채택이 결코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당연시 되고 있다"며 "다만 신 회장이 국감에서 '반롯데 정서'에 대한 해결방안 및 지배구조 개선, 경영투명성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 당시 머리를 숙이며 보여준 모습이 국회에서도 이어진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다"라며 "이런 모습은 신 회장에게도 진정한 롯데의 1인자라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기회임과 동시에 롯데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