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 24시간 밤샘협상…이견 속 타협안 도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약 24시간에 걸친 긴 협상 끝에 '다음달 20~26일 상봉행사 개최'란 결과물을 내놨다. 

남북 대표단은 7일 오전 10시50분부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약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전체회의와 총 11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잇따라 열었다. 그 결과 양측은 문안 작성에 합의했으며 종결 회의에서 최종 서명까지 마쳤다.

협상과정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개최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지만 개최 시기를 놓고는 다소 의견 충돌이 있었다.

우리측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란 취지에 맞게 상봉행사를 가급적 빨리 개최하자고 제의했지만 북측은 "추석 연휴도 있고 북측 내부의 행사(조선노동당 창건 70년 기념행사)도 있기 때문에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좀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우리측이 양보하면서 상봉 시점은 추석(이달말)과 노동당 창건일 이후인 다음달 20~26일로 정해졌다.

특히 통상적으로 단시간에 마무리됐던 실무접촉이 이번의 경우 24시간에 걸친 긴 협상으로 바뀐 것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에 관한 양측간 이견 때문이었다. 

우리측은 협상과정에서 전면적 생사주소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상봉 정례화,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북측은 상봉 행사 실무논의에 집중하자고 주장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북측 대표단은 심도 있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선 추후 적십자 본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양측은 근본적 해결방안에 관한 조항을 합의문에 담는 과정에서도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합의문에는 '남과 북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해나가는 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비롯해 상호 관심사들을 폭넓게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는 두루뭉술한 문장이 담겼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적십자 실무접촉 결과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한이 8·25합의의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듯하다"며 "이번 합의에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추석을 앞두고 우리 민족에 선물을 줬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이번 합의는 8·25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고 남북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됐다"고 평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산가족 관련 시스템화가 잘 안 돼있어서 이산가족을 찾고 교육하는 등 준비절차에 2개월이 걸리는데 10월에 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무리"라며 "(그럼에도 이렇게 상봉 일정을 정한 것을 보면)북한이 남북관계 전반을 복원해야 (정권이)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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