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17일 열린다.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사실상의 상징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세에 몰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어떤 반격의 카드를 준비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롯데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날 롯데홀딩스 주총은 이번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전환점이 될 예정이다. 이날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총의 안건은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과는 큰 관계가 없는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결과에 따라 승자에겐 차기 롯데그룹의 '원톱 리더'로서의 확실한 입지가 보장되지만, 패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될 수가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주총을 나흘 앞두고 조기에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한국롯데의 지주사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L투자회사'를 사실상 장악한 만큼, 이번 주총을 계기로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과 조직 내 장악력이 더욱 공고히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한일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신 회장 중심의 후계구도가 유력하다. 한일 롯데 경영진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등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주총 지분 대결에서도 신 회장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 중 광윤사(지분율 28.1%)만을 제외하더라도 종업원 지주회(27.8%), 임원 지주회(6%), 일본 계열사 보유 지분(약 30% 추정) 등을 모두 우호지분으로 알려져 있다.
즉,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강한 광윤사의 보유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일본 내 조직의 안정을 바라는 주주와 일본 내 계열사에서 신 회장의 지지를 선언한 만큼 나머지 70%가 전부 신 회장의 편일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1은 광윤사가, 3분의 1은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은 임원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자회사 등이 갖고 있다"며 "우호세력까지 합쳐 롯데홀딩스의 지분 70%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수세에 몰린 신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내세워 승리를 자신해왔다. 롯데홀딩스 주총 승리를 자신했던 것도 신 총괄회장을 따르던 오랜 직원들의 힘이 종업원 지주회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일본 계열사 직위에서 모두 해임됨에 따라 이 또한 자신할 수 없어졌다. 더욱이 이번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싫어 줄 것이라 여겨졌던 신 총괄회장이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오전 11시5분에 일본으로 출국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동행할 것이라는 재계의 관측과 달리 홀로 일본으로 향했다.
특히 롯데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이번 주총에 나타나 신 전 회장을 지지한다면, 신 회장에게 기운 이번 주총 분위기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반격의 카드였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 3%를 모아 이사 해임안을 긴급 상정하고 표 대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 지분과 종업원지주회 지분이 모두 신 회장 우호세력이라고 알려진 만큼 표 대결로 가면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번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패배하거나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히든카드는 바로 소송전이다. 소송전을 벌인다면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무효소송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이 신 총괄회장의 뜻에 어긋난 것이며,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들어 있는 해임지시서를 공개하며 반박한 바 있다. 또한 L투자회사 대표 취임 건도 신 총괄회장의 동의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 승인 등 정당한 절차에 따라 롯데홀딩스 대표직에 오른 만큼 법적으로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