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LIG그룹, 사면 불발 실망·침울

광복 70주년을 맞아 단행된 대규모 특별사면에서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제외되면서 해당 기업을 중심으로 재계 내부에는 실망감이 역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지시하면서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언급해 일반 국민뿐 아니라 기업인들도 대거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재계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 총수에 대한 통 큰 사면이 필요하다'며 여론 조성에 들어갔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회장 3부자 등이 사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한진그룹 3세의 '땅콩회항'과 롯데그룹 2세간 '형제의 난'으로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면서 사면론은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회장 삼부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은 법무부 초안에서부터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승연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던 한화그룹은 말을 잃은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시책에 대기업 중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사면을 노려왔다. 삼성 빅딜,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에서 김승연 회장의 역할을 부각,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면접이 성사되는 등 복귀에 청신호도 많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사면돼 ㈜한화 등 각 계열사 대표이사직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경영에 사실상 복귀했지만, 현행법상 2021년까지 계열사 등기 임원을 맡을 기회가 차단되는 등 완전한 경영복귀는 하지 못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1년 부실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특정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넘겨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상태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점과 배임액 상당 부분을 변제한 점 등이 인정돼 풀려났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형의 집행이 끝난 후 5년간(집행유예는 2년간)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 등에 취업할 수 없어 2021년까지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 이미 2차례 사면을 받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와 날을 세우는 모습이 연출될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지만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이날 김승연 회장의 사면 불발 소식이 전해진 후 서울 장교동 본사 주변에서는 회사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직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직원은 "회사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기업 총수의 발목을 묶어두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반면 김 회장이 3차례 사면을 기대하는 것은 특혜였다는 비판도 들렸다. 또 다른 직원은 "법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며 "죄를 지었는데 재벌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3번이나 사면을 받는다는 것은 특혜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3월 차남과 시비가 붙은 유흥업소 종업원을 경기 과천시 청계산으로 끌고 가 보복폭행을 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점 등이 고려돼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한화건설 고문으로 있던 최기문 전 경찰청장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한 점 등 때문에 특혜 시비도 거셌다.

LIG그룹도 침울한 분위기다. 구회장 3부자는 22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를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유죄를 확정됐다. 이후 LIG손해보험 등 자산을 매각해 피해 회복에 나섰지만 사면이 불발됐다. 

한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2013년 1월 구속된 후 멈춰선 '경영시계'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말 법정 구속됐다. SK그룹도 청년 고용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사면을 위해 전방위적 활동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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