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롯데家 분쟁 도화선, 中시장…유통업계 "비싼 수업료 내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격노를 불렀다는 중국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신 총괄회장은 1조원대 적자설과 관련, "중국 사업에서 도대체 얼마나 적자가 난 것"이냐며 신동빈 회장을 심하게 질책했고 이 과정에서 부자간 신뢰관계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 사업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적자손실에 직격탄을 맞아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단초 된 중국사업의 성적은 초라하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이 중국 사업에서 '1조 손실' 내용을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5일 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 4곳의 중국과 홍콩 법인들이 2011년부터 4년간 1조원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중국 사업 1조원 손실' 주장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4곳을 폐점키로 결정했다. 적자가 심한 영업점을 정리하고 영업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폐점하는 매장은 칭다오시 2곳, 웨이하이시 1곳, 웨이팡시 1곳 등 모두 4개 매장이다. 현재 중국에서 120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의 매출은 지난 2013년 1조73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51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의 중국 할인점 점포수는 2009년 79개에서 2013년 107개로 계속 증가했지만, 2014년에는 103개(신규 출점 4개, 폐점 8개)로 감소했다"며 "당분간 추가 출점 없이 부실 점포를 계속 정리할 것으로 보여 점포수는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 있다"고 전망했다. 

이마트도 중국사업 '철수설'이 나올 정도다. 현재 이마트는 중국 사업에 구조조정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내며 중국에 진출했지만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 1호점을 오픈한 후 매장을 28개까지 늘렸지만, 적자를 견디지 못해 2011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영업적자는 2010년 910억원, 2011년 1337억원으로 급증하다가 구조조정 이후인 2012년 613억원, 2013년 53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도 5개 점포를 철수하는 등 꾸준히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중국 이마트는 지난 3일 상하이(上海) 차오바오점의 영업 종료를 끝으로 구조조정을 완료했으며, 최종적으로 남은 화둥(華東) 지역 8개 점포의 손익을 개선하고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한때 27개까지 늘리면서 중국 사업에 박차를 가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매장 입지, 중국 현지업체와의 경쟁 등 불리한 영업환경과 높은 임차료로 적자가 계속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적자 규모가 큰 점포들을 선정해 2011년 11개 점포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텐진(天津) 지역 전 점포, 올해 3월 상하이 진차오점까지 총 18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했다. 

국내 굴지의 할인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맥을 못 추는 것은 현지인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는 지난해까지 누적 5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까지 누적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해외시장 투자 단계에서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이들의 성적표는 이미 적게는 진출 7년, 많게는 16년이 흐른 시점의 것이다. 실적은커녕 리스크가 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의 중국 진출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유통업체 인타이그룹과 합작해 2008년 베이징 왕푸징에 러티엔인타이백화점을 개장했다. 구찌, 아르마니 등 명품뿐만 아니라 한국 화장품, 패션 의류로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왕푸징점은 개장 4년 만에 1134억원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만 남기고 폐점했다. 

롯데백화점은 50% 보유 지분을 2013년 매각하고 손을 뗐다.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한 복판에서의 실패여서 더욱 뼈아팠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주류 등 제조업 기반의 계열사들도 중국 사업에서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제과의 중국 지주회사 격인 롯데차이나인베스트먼트는 1분기 39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롯데차이나푸드도 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는 지난해도 각각 167억원, 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중국 사업의 양대 축인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와 롯데장백음료유한공사가 적자 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각각 80억원,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고 올 1분기에도 4억5000만원, 5억4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업은 향후 5년간 경쟁 심화와 온라인쇼핑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개인용품, 생활용품, 제지류 등 일용소비재를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중국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폐점 이유는 유통환경 변화 대응, 손실 축소 노력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 할인점 시장은 온라인 채널의 고성장, 할인점 시장 내 뿐만 아니라 여타 오프라인 채널과 경쟁 심화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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