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신격호 '손가락 경영'의 핵심…얽히고설킨 순환출자 뜯어보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도 롯데그룹의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구조를 문제 삼고 재벌개혁을 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손격호 총괄회장의 일명 '손가락 경영'이 가능했던 이유로 순환출자를 통한 복잡한 지배구조 장치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80여개가 넘는 롯데그룹 계열사 최상위에는 호텔롯데가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롯데물산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과 같은 대부분의 자회사들은 롯데호텔와 롯데알미늄을 통해 지배받고 있다.

즉 호텔롯데의 경영권을 누가 쥐느냐가 사실상 롯데그룹 주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호텔롯데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총수일가의 지분이 단 1%도 없다. 최상위 계열사를 동일인(재벌 총수)이 지배하는 다른 재벌기업과 구조가 사뭇 다르다.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다시 광윤사가, 그리고 이 광윤사를 신격호와 동주·신동빈 3부자를 비롯한 총수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롯데그룹은 한국을 넘어 일본 롯데까지 넓혀야 지배구조를 알수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롯데그룹은 상장하지 않아, 지배구조를 제대로 알 수 없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복잡한 순환출자 관계로 얽히고 설켜 있어 계열사의 주식을 다수의 계열사가 보유하는 형태로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80개 국내 계열사는 총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형태로 돼 있다.

그나마 2년 전인 2013년 4월 롯데그룹에 9만53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했던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당시 롯데역사와 롯데닷컴 등이 보유 중이던 롯데건설 지분 4%를 호텔롯데에 넘겼고 대홍기획과 롯데리아는 롯데알미늄 지분 5.1%를 전량 롯데케미칼에 매각했다.

또 롯데상사는 롯데리아 지분 0.9%를 롯데칠성음료에 넘겼고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등이 보유 중이던 롯데상사 지분 총 12.7%를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현재 호텔롯데는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9.58%를 보유해 신동빈, 신동주에 이어 3대 주주다. 또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건설(38.3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손해보험(27.72%), 롯데캐피탈(26.60%), 롯데알미늄(12.99%)의 최대주주다. 호남석유화학의 지분도 13.64%를 보유한 2대주주이다. 

이밖에도 롯데제과(3.21%), 롯데칠성음료(보통주5.92%, 우선주 4.83%), 롯데삼강(8.60%), 롯데리아(18.77%), 롯데정보통신(2.9%), 대홍기획(12.76%), 롯데자산개발(7.19%), 롯데카드(1.24%)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면 지분 구조가 워낙 복잡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분 구조상으로는 정리가 안돼다 보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갈등을 빚는 롯데그룹의 분쟁 해소 방안으로 계열분리가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롯데홀딩스만 차지하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거느릴 수 있어 계열분리는 가족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해외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롯데그룹은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본 주주 등에 대한 관련 자료를 2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며 "이에 성실하게 준비해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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